'환차익 기회 삼았다'… 환율 출렁일 때 뭉텅이로 움직인 달러예금
5대 은행 달러예금, 3월에만 65억달러 감소
환율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고 되풀이
은행권 "4월에도 유사한 흐름 보일 것"
중동 전쟁이 진행된 3월 한 달간 달러 예금이 급감한 가운데 환율과 증시 변동이 컸던 특정 날짜를 전후해 예금 잔액이 급격히 줄었다 늘기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 따른 결제 수요뿐만 아니라,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목적의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31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92억722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2월 말 658억4336만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65억7116만달러(9.98%) 줄어든 규모다. 달러 예금 잔액의 약 10%가 단 한 달 만에 빠져나간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달러 예금 잔액 증감률은 1월 2.3% 감소, 2월 0.3%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3월 달러 예금 감소, 첫째 주와 넷째 주에 집중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이 달러 예금 증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말 사이 증감액을 제외한 거래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3월 첫째주(3~6일)에 약 12억7100만달러, 둘째주(9~13일) 9억6700만달러, 셋째주(16~20일) 2억2000만달러, 넷째주(23~27일) 18억9600만달러가 각각 감소했다.
통상 기업들의 외화 결제일이 몰려있는 둘째주와 셋째주보다 첫째주와 넷째주의 감소 폭이 월등히 컸다. 이는 한국 시간으로 2월28일 발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맞이한 첫 거래일(3월2일)의 여파와 넷째 주 불거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전쟁 장기화 우려로 환율이 급등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 예금, 환율 변화에 민감…하루 19억달러 빠지기도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은 날에 뭉칫돈이 빠져나갔다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 다시 예금이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됐다. 개전 이후 두 번째 영업일이었던 지난달 4일에는 12억5500만달러가 빠졌고, 13일에는 15억9000만달러가 급감했다. 같은 달 23일과 27일에도 각각 12억1900만달러, 19억 2000만달러가 유출됐다.
중동 전쟁 개전 초기였던 지난달 4일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1월20일 이후 최고치인 1484.2원을 찍고 1476.2원에 마감했던 때다. 야간 거래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글로벌 주가지수 하락과 유가 폭등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역시 국제유가 급등세와 확전 우려로 4거래일 만에 환율이 다시 1490원대로 올라섰을 때다. 기업의 외화 결제일까지 겹치면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23일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를 넘기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9일(1549원) 이후 최고치인 1517.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넷째 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7일도 사흘 연속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며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밝힌 지난달 11일에는 환율이 이틀 연속 하락하며 1466.5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때 달러 예금은 5억6400만달러 증가했다. 환율 변동성이 완만해진 시기에는 5거래일간 달러 예금이 9억1000만달러 늘어나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4월도 유사 흐름 되풀이될 듯
은행권에서는 환율 변동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개인과 기업 모두 환차익 실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환율이 낮을 때 미리 달러를 확보해 결제에 사용하거나, 환율이 급등했을 때 이를 되팔아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매시간 요동치는 상황이라 적절한 시점에 환전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과거에는 결제 직전에 환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환율 추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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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이달에도 중동 정세에 따라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커 달러 예금 잔액의 변동성 또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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