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 확대
제도적 변화, 일하고 싶은 일터 출발점

편집자주지방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는 인력확보다.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호소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는 특정 기업의 채용 문제로만 바라보기가 어렵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앙과 지방 균형성장의 핵심이어서다.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뒷받침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맞닥뜨린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해법은, 어떻게 지방 중소기업이 인력 확보라는 가장 큰 난관을 딛고 양질의 일터로 자리잡을 것인가에서 찾아야 한다. 아시아경제가 지방 중소기업 현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해법을 모색한다.

이차전지 정밀 금형·자동화 장비 전문기업 유진테크놀로지의 충북 청주 공장은 약 1만4000㎡ 규모다. 이 대규모 생산 라인에선 공장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기름때는 물론 먼지 한 톨 찾아보기 힘들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미연 대표는 현장의 기술직도 깨끗한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2010년 창업했다. 올해로 17년째지만 처음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회사가 가꾸는 곳은 일터만이 아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위해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

청주시의 유진테크놀로지 공장에 생산 설비가 정돈돼 있다. 김철현 기자

청주시의 유진테크놀로지 공장에 생산 설비가 정돈돼 있다. 김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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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테크놀로지에는 지방 소재 기업이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제도가 있다. 대표적인 게 기숙사다. '기숙사'라고 부르지만 회사에 딸린 곳에서 직원들이 모여 먹고 자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청주시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살 곳을 구하고 회사가 비용을 대는 방식이다. 일과 분리된 거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공장 안에 기숙사를 지어 제공한다고 하면 젊은 직원들은 안 온다"며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테크놀로지의 직원은 모두 정규직으로 140여명이다. 이곳 청주와 화성에 공장이 있고 해외에선 미국과 중국, 폴란드, 헝가리 등 총 4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에게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설치까지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해외 출장이나 국내 출장도 많아 근무제도도 유연하다. 이차전지 시장이 침체를 겪고 회사 실적도 위축된 상황이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장기 근속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대기업과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비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이 채용을 위해 대기업에 준하는 워라밸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법정외 복지비용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월 15만9000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체 45만9000원의 34.7%에 그쳤다.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의 경우 300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 1인당 복지비용은 월 14만1700원, 300인 이상은 29만600원이었다. 당시엔 격차가 월 14만8900원이었는데 10년 후엔 3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방中企 인력 해법]②'워라밸'의 설계, 돈보다 제도의 변화로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상황에서 유연근무 확대, 일·육아 병행 지원 등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방 중소기업의 제도적 변화가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더픽트는 지역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30분 단위 연차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해 개인이 근무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근, 높이 조절 책상 등으로 일터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또 울산시의 중소기업 이지엠앤씨는 직원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보고, 초과근무 사전 승인제로 불필요한 야근을 줄였다. 평균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이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도구모음을 보급했다. 이를 통해 법인 설립 7년 만에 180여 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장에선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이렇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방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지는 있지만 여력이 없어 제도 도입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선 금융기관과 연계해 중기 재직자 전용의 카드를 발급하고 복지 플랫폼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든다. 근무환경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과 기숙사 운영, 출퇴근 등을 위한 비용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비수도권의 인력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며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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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中企 인력 해법 글 싣는 순서

[지방中企 인력 해법]①지역 교육·취업·정주 선순환 구조 구축해야

[지방中企 인력 해법]②'워라밸'의 설계…돈보다 제도의 변화로

[지방中企 인력 해법]③외국인 인력 활용은 선택 아닌 필수

[지방中企 인력 해법]④현실적인 출발점 '미스매치'의 해소


청주=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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