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에 주식·환율 휘청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보조금 고갈' 우려도

편집자주도쿄에 상주 중인 국제부 기자가 한 주간 일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이번 주 무슨 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일본도 휘청이고 있습니다. 종전 기대감에 장 초반 순조롭게 출발했던 도쿄 주식 시장은 급락했고,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가입니다. 연설 내용을 토대로 추측해보면 앞으로 2~3주는 원유 수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오르는 물가를 잡겠다며 다카이치 정권이 이런저런 정책을 펴고 있던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치솟게 된 셈이니까요.


우리나라 대비 일본의 휘발유 가격이 안정적인 이유 등으로 비교가 많은데, 일본은 보조금을 통해 유가 상승분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1605원)에 무조건 맞추겠다며 각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중동 정세 악화로 휘발유 원가가 리터당 200엔(1889원)을 넘어도, 170엔을 맞춰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도록 하는 거죠. 그만큼 정유사가 입는 손실은 국가가 보조금으로 보장해준다는 겁니다. 휘발유 외에도 경유, 중유, 등유, 항공유도 전부 대상입니다.

재원은 기존 예산 2800억엔(2조6445억원)에 더해 지난해 예비비 8000억엔(7조5557억원)을 추가 투입해 마련했는데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예산 조기 고갈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12일 일본 시나가와구의 한 주유소에 차들이 주유하러 들어가고 있다. 이날은 휘발유 가격 인상이 단행된 날로 휘발유가 리터당 183엔을 기록하고 있다. 전진영 기자.

지난달 12일 일본 시나가와구의 한 주유소에 차들이 주유하러 들어가고 있다. 이날은 휘발유 가격 인상이 단행된 날로 휘발유가 리터당 183엔을 기록하고 있다. 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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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보조금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입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간 경제지 다이아몬드에 예상치를 공개했는데요. 원유 가격 상승세가 현재 수준에 머물고 보조금이 일정하게 유지될 경우 관련 예산은 오는 7월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대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에는 6월 중 소진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재정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재정 악화와 엔화 약세로 이어져 원유 수입 비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리터당 200엔을 넘었던 시기와 달리, 현재 일본 휘발유 가격은 2주 연속 하락해 리터당 170엔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정부 보조금 지급액은 사상 최고치인 리터당 49.8엔(470원)으로 올랐습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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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외교적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으로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죠. 실제로 일본은 5000억달러(75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양국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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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는데요.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이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한편 유가 상승 여파로 나프타(납사) 등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되면서 일본 정부도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등 여러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요.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일본 경제·산업 브리핑
▶일본 주식에 쏠리는 눈…해외 기관 순매수 22년 만에 최고치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2일 발표한 투자 부문별 매매 동향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의 지난해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10조3375억엔(97조6294억원)으로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미국발 관세 쇼크가 글로벌 시장을 흔들던 시기,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역할로 일본 주식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기업에 많은 투자를 지향하는 다카이치 정권의 성향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씻겨줘요…'자동 목욕기' 수출
지난해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에서 화제가 됐던 '인간 세탁기'가 해외 수출된다고 합니다. 캡슐 모양 기계에 앉아만 있으면 알아서 목욕시켜주고 온풍 건조까지 해준다고 하는데요. 업체가 1억엔(9억4510만원)을 들여 개발했다는데, 원래 시중 판매를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미국 기업 담당자가 꼭 팔아달라고 부탁하면서 미국에 5대를 납품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는데, '누가 씻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만국공통인가봅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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