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 비상대응] 원유·호르무즈 대안 찾고 차 수출 지원까지
미국산 원유 비중 확대
중소·車부품사 긴급 바우처
비료 종량제봉투 등 점검
중동 전쟁 장기화가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수출·물류, 에너지·물가, 농업, 고용까지 전 부문을 아우르는 범부처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유가 상승을 넘어 해상 운송 차질, 원자재 수급 불안, 생활물가 불안, 고용 충격 가능성까지 '복합 위기'가 동시에 확산되면서다.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말은 정부가 제2의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구 부총리는 "전쟁영향이 큰 공급망 품목·물가 품목에 대해서는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 매일 점검하겠다"면서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핫라인을 통해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면서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토록 하겠다"고 했다.
원유 대안 찾아라…민관 합동 美·유럽 등 물색
정부는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중동 상황 대응본부'를 가동하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상태다. 무엇보다 중동산 원유 도입이 어려워지자 정부와 유관기관, 4대 정유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량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이 중 미국산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2016년 0.21%에 2019년 12.4%, 지난해 16.3%까지 상승했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대미 관세·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에너지 도입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대체 공급선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받지 않는 중동 국가와 미국, 카자흐스탄, 그리스, 알제리 등까지 다양하다. 호루무즈 항로 대안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제다항이나 오만의 살랄라항 등 주변 항만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60% 이상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중동 수출 1위 자동차 총력지원
자동차는 대(對)중동 수출 1위 품목이지만 지난달 1~25일 대중동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5% 급감했다. 선복 확보 난항과 운임 급등, 부품 수급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며 수출 적체가 심회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평택당진항을 찾아 자동차의 물류 애로를 현장에서 직접 청취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중소 부품사 물류비 및 유동성 지원부터 통관 간소화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수출 물류 애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류비 지원, 금융 지원, 통관 간소화를 묶은 '패키지 대응'을 가동한다. 중소 부품사를 대상으로 긴급 물류비 바우처를 신속 지급하고,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24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관세청은 수출 반송 화물에 대해 24시간 통관과 관세 면제 특례를 적용하는 등 물류 병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료부터 종량제봉투 등 생활물가 '현장 관리' 강화
종량제봉투 등 생활 밀착 품목에서 품절과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인천 서구 소재 종량제봉투 생산시설을 직접 찾아 원료 확보 상황과 생산 공정을 점검했다. 기후부는 지방정부와 합동 상황반을 구성해 종량제봉투 재고와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김 장관은 "현재 재고 물량과 원료 보유량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공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과도한 사재기는 오히려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원료 수급 불안으로 비료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80만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비료 사용 정보를 제공하고, 가축분뇨 기반 퇴·액비 활용을 확대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체불 상황판'을 가동해 산업별 고용 동향과 임금 체불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수출 감소와 원가 상승이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경우 고용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과거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고용 충격이 시차를 두고 나타났던 경험을 반영한 대응이다.
26.2조 추경 '속도전' 돌입
기획예산처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을 스타트로 26.2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속도전에 들어갔다. 추경안이 통과되면 기획처는 역대 최단인 17일 만에 추경을 편성한 속도감을 집행 단계에서도 이어간다.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를 중심으로 신속한 집행이 추진된다. '석유 최고가격제' 지원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대중교통 환급지원(K-패스) 사업이다.
소득 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60만원이 지급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차 민생지원금'은 추경 통과 이후 17일 만에 지급된 바 있는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에 준하는 속도로 집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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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추경 관련) 자료 제출, 상임위·예결위 심사대응 등 국회와의 소통에 있어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추경의 실제 정책 효과는 집행 속도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국회 확정 이후 즉시 집행이 가능하도록 사전절차와 준비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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