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폭증하는데 물량이 없어요"…판 커지자 韓부품사들 날개 달았다[칩톡]
수요 확대 속 쇼티지 조짐
삼성·LG·SK, 앞다퉈 '시설 확대'
상용화 시점은 지연, 2030년 전망
인공지능(AI) 수요 확대가 전 산업군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그중 하나로 뜨겁게 떠오른 시장이 '반도체 유리 기판'이다. 일찍이 유리 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상용화에 뛰어든 국내 주요 부품사들은 최근 기판 '쇼티지(공급 부족)' 조짐 속에서 투자를 전폭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과 대만, 일본, 미국에 이어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들은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을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지난달 23일 정기 주주총회 당시 기자들과 만나 "기판 사업은 고객 수요 대비 생산 능력이 부족해 현재 풀가동 상태"라며 "캐파(생산 능력)를 기존 대비 2배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구미 공장에 유리기판 시범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2030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곡 연구개발(R&D)센터에 유리기판 개발을 위한 장비 도입을 마쳤다. 회사는 공장 증설을 위한 신규 부지 확보를 검토 중이며 올해 상반기 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도 설비 확대를 예고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같은 달 18일 기판 수요를 언급하며 "일부 보완 투자도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유리기판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유리 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JV)을 상반기 내 설립하고 조기 양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 동우화인켐 평택사업장에 합작법인 본사를 두고 글라스 코어의 초기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더 얇고 빠르게" 유리기판 급부상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고성능 반도체 칩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만 기존 반도체 산업이 집적도 향상과 미세 공정 고도화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하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칩 자체 성능뿐 아니라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으며,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에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수 있는 유리기판 기술이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더 크고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어 얇고 평평한 구조 위에 더 많은 회로와 소자를 집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의 손실이 적고 고속 신호 전달이 가능해 AI 반도체에 요구되는 대용량·고속 데이터 처리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국내 부품사 중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건 SKC의 투자 자회사 '앱솔릭스'다. 유리기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점찍은 SK의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앱솔릭스는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 3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 전용 공장을 짓기 시작했으며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SKC는 최근 결의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중 약 5900억원을 앱솔릭스에 집중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앱솔릭스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시제품 품질 인증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확대가 가시화되자 후발 주자들도 캐파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 사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시설 가동률은 각각 70%, 80.8%로 전년 대비 약 5%포인트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 사의 성장을 전망했다. 공급 부족 속에서 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일부 FC-BGA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업체들도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들며 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유리기판 경쟁은 한국과 대만, 일본,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지난해 TSMC와 손을 잡고 유리기판 개발을 시작했다. 비전옥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꾸리며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유리기판 상용화 시기를 최근 2028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다. SKC 역시 지난해 말 목표였던 상용화 시점을 올해 초로 수정했다. 박동주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라스 기판의 상용화 시점이 시장의 기대 대비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기존에 없던 제품인 만큼 개발이 진전될수록 고객사 요구가 구체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용 환경을 전제로 한 신뢰성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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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양산 및 매출 발생 시점을 20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기술 난제가 많아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사의 요구도 반영해야 하다 보니 양산이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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