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기욱 美 스탠퍼드 교수 "트럼프, 韓 제조업엔 기회 될수도…日·EU와 경제 협력 강화해야"
안보·경제 같이 움직이는 시대
제조업 측면 한국은 중요한 나라
국가주도 中, 美 추월은 회의적
韓·日·EU '삼중 얼라이언스'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 제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제와 안보가 함께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일본과 유럽연합(EU)과 함께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 아시아경제와 만나 이처럼 말했다. 신기욱 교수는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이자 한국학 전공 종신 교수로 20년간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직을 수행했다. 2023년 정책 연구기관인 스탠퍼드 넥스트 아시아 폴리시 랩을 설립해 인재 개발, 민족주의·인종차별, 민주주의 위기와 개혁 등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다.
신 교수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안보와 경제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의 틀에 갇히지 말고 안보와 경제 분야를 더 세분화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은 이를 잘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신 교수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했는데 앞으로 중동 사태가 얼마나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하나.
▲오래가지는 않을 듯한 데, 하루하루 바뀌는 것 같다. 트럼프의 이번 전쟁은 이란이 핵이나 미사일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본다. 거기에 이스라엘이 약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정리를 하고 나올 것 같다.
-최근 제조업에서 중국의 부상이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번 이란 공격이 중국을 겨냥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중국이 2015년 발표한 10년 단위의 중장기 제조업 강국 육성 전략인 '중국제조2025'를 통해 중국은 제조업 기반을 상당히 강화했다. 사실 중국은 한국 제조업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어줬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시간을 벌었다. 최근엔 이처럼 경제와 안보 이슈가 함께 간다.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럼에도 중국은 아직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이 미국보다 못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중국의 한계는 분명하다. 소위 말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미국에 있다. 중국의 도전이 거세긴 하지만 미국은 시장 주도인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다. 국가 주도는 한계가 명백하다. 어느 순간까지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굉장히 효과적인 정책 같지만, 미국을 넘어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성공한 기업인 중도 자기 나라에 대한 믿음이 적은 경우를 종종 본다. 국가 주도로 내수가 크기 때문에 경제가 크게 성장하겠지만, 그것으로 미국을 넘어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5.10.29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관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미국과 한국은 어떤 경제적 협력이 가능한가.
▲제조업 측면에서 미국에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유럽도 사실상 제조업으로는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자국의 제조업 부흥은 방향은 맞지 않나.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그렇지. 지금 미국에는 노동력이나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대차나 TSMC가 가서 기반을 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을 하려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가장 적절한 곳이 한국이라고 본다. 그 다음이 일본 정도라고 생각한다. 국내 제조업 기반을 점점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기우도 있지만, 미국도 당장 한국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간다면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치킨게임을 하면서 결국엔 한두 개 기업만이 살아남겠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올라가지 않나.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메모리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이 일본, EU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국과 일본, EU 국가 간 '삼중 얼라이언스(triple alliance)' 구축을 제안해볼까 한다.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고 미국과 동맹국이지만 관세 문제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 인구감소라든가 민주주의의 위기 이런 측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 같은 경우에는 일본과 EU 같은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고까지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안보 관점에서도 한국은 일본, EU와 협력해야 한다.
-미국에서 혁신 기업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트럼피즘과 같은 정치적 포퓰리즘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기업이 미국에서 계속 나온다. 엔비디아는 최근이지만 구글·아마존·메타 등 혁신 기업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 않나. '미국은 기술혁신(innovation)을 하고 중국은 에뮬레이터(emulation)를 할 줄 아는데 유럽은 레귤레이션(regulation)만 하고 있다'는 유럽인들의 자조 섞인 말을 우리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이 현재 K팝, 화장품 같은 문화산업이 융성하고 있지만 삼성이나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제조기업 때문에 버티고 경제가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인도 출신 인재들의 활약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는데, 인재 양성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인도계 리더가 즐비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눠서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중국 영향력이 주춤해지면서 인도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벵갈루루(Bengaluru)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데 지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도 인도가 미국·중국 다음 세 번째로 많다. 한국도 인재들이 이공계로 많이 가야 한다. 또한 AI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자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의 주장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공학을 대학에서 전공하면 직업을 구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AI 때문에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려운 문제다. 교육부의 일부, 고용노동부의 일부 기능을 떼어내서 인력 문제를 포함해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고 논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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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인 정부 같다. MB와 비슷하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순발력 있는 대응을 넘어서 큰 어젠다 설정이 필요하다. 큰 원칙이 없으면 순간순간의 대응은 언젠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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