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석유류 물가 기여도 17.9%
'식료품·비주류음료' 0.5%↑ 제한적
필수 품목 중심 방어적 소비구조 변화
"고유가 장기화 시 스태그플레이션 직면"

중동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소비는 되레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가격은 오르고 수요는 약해지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전월(2.0%) 대비 상승 폭이 0.2%포인트(P) 확대됐다. 표면적으로는 완만한 상승세로 보였지만,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했다. 석유류 물가 기여도는 0.39%포인트(P)로, 실제 지난달 물가 상승 비중의 17.9%를 차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전체 물가 상승분의 약 5분의 1을 석유류 혼자 끌어올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13.1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0% 올랐다. 식품 물가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식용 유지(34.7%) 등 가공식품과 채소·해조류(24.4%) 등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13.1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0% 올랐다. 식품 물가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식용 유지(34.7%) 등 가공식품과 채소·해조류(24.4%) 등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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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소비 흐름이다. 물가가 오르지만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는 강하지 않다. 만약 유가 상승에 수요가 유지되면 단순히 물가 상승 확대(인플레이션) 요인이 되지만, 유가 상승과 수요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경기는 둔화하고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는 소비와 물가 지표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직접적인 소비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2월 기준 보합(0.0%)세를 보였다. 다만 재정경제부는 소비 침체 우려에 대해 "전월(2.9%)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소비회복 모멘텀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물가 지표에선 이미 둔화 신호가 감지된다. 우선 필수 소비를 보여주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수는 지난달 0.5% 상승에 그치며 전달(2.1%) 대비 1.6%포인트 줄었다. 해당 품목은 소비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반복적인 지출로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억제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올라도 줄이기 어려운 품목에서 제로에 가까운 상승 폭은 수요 측면이 약화하고 있다는 성격이 강하다. 예컨대 쌀·우유·채소 등 기본 식재료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를 크게 줄이기 어려운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들 가격 상승률 둔화는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밥상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6.6% 하락했다. 채소·과일·생선과 같은 신선식품은 보관이 어려워 수요 변화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수요가 강하면 가격이 쉽게 오르고, 반대로 소비가 줄면 남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가격이 빠르게 떨어진다.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 1월 -0.2%, 2월 -2.7%, 3월 -6.6%로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수요가 가격 하방을 지지하지 못하면서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는 2%대지만, 체감 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다. 지금 이미 스태그플레이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에 정박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부산항에 정박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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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여행 등 대표적인 선택적 소비 품목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달 음식·숙박 물가는 2.7%, 개인서비스는 3.2% 각각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기가 좋고 소비가 활발할 때는 외식·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다. 이는 소비 구조가 방어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필요한 품목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국내 소비가 안 이루어지는데, 보다 저렴한 제품을 찾아 해외로 소비가 몰리면서 국내 내수에 도움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만 주요 품목의 물가 상승 제한 폭이 즉각적인 수요 감소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는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에서 나타나는데, 아직 운송 비용이 전가가 안 된 상황"이라며 "정부의 가격 통제와 쿠폰 지급 등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이 이미 선반영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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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시 고유가, 고환율 여파가 지속되면 결국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충격이 조기 종전이나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전쟁 이전(배럴당 63달러) 대비 35~43% 높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결국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물가 상승에 경기 침체가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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