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에 약가 인하까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고환율·고유가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까지 겹치며 국내 제약업계의 수익성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중동 전쟁 여파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유가와 약가 인하 정책 등 장·단기적인 재무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美-이란 전쟁 장기화에 약가인하까지…제약업계 수익성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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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문제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평균 1423원에서 전날 1512원 수준으로 약 5.7% 상승했다. 지난해 각 사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환율 상승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요 제약사 모두 원료 매입 품목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의 추가 조달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주력 품목인 알리글로와 알부민 등의 제조를 위해 해외에서 플라즈마를 2756억원 규모로 매입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라 약 157억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종근당도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원료인 콜린알포세레이트(569억원)와 고혈압약 딜라트렌 원료 카베딜롤(168억원) 등 총 2265억원의 원재료를 매입했는데 업계 평균 수준인 70%의 원료 수입 비중을 감안할 때 90억원에 가까운 환차손이 우려된다.


한미약품은 정장제 원료인 페시움 파우더 등 해외의약품 부문 원재료 매입에 781억원을 지출해 약 45억원의 조달 원가가 늘어난다. 대웅제약은 소화제 원료 모사프리드(99억원), 혈압약 원료 올메텍정(87억원) 등 주요 수입 원재료에 478억원을 썼는데 고환율 유지 시 지난해 대비 약 27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유한양행 역시 고혈압치료제 아타칸정 원료(133억원), 제산제 알마게이트 원료(52억원) 등 총 404억원의 수입 원재료 매입액을 기준으로 약 23억원의 조달 비용 상승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60달러(약 9만750원) 수준에서 현재 100달러(약 15만1250원)를 돌파하며 60% 이상 올랐다. 전반적인 해상 물류비가 인상된 데다 수액백이나 포장재 등 의료용 부자재의 뼈대가 되는 나프타 수급 불안도 커졌다. 한국은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데, 이 물량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온다. 이 때문에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지면 나프타 도입 차질이 곧바로 의료용 소모품과 포장재 비용 상승,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에서 추출되는 기초 원료 수급이 불안해지며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등 복잡한 유기화합물 구조를 가진 케미컬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타이레놀과 아스피린을 판매하는 존슨앤드존슨과 바이엘 측은 "일시적인 이슈로 단기간에 공급가를 조정하지 않는다"며 "원료 수급이나 원가 상승으로 인한 단기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오는 5월부터 타이레놀 공급가를 10% 인상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원료 가격 변동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약가 인하 개편안은 업계의 수익성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매출 기준 16% 수준의 판매가 하락을 뜻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조치에 따른 산업 피해 규모를 분석한 결과, 약가 인하 적용 시 제약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7600억원에서 최대 78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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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발표에 따르면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은 기존 대비 약 32%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혁신형 및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한해 약가 인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비대위 측 조사 결과 원가 부담과 수익성 축소에 직면한 제약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평균 16% 축소하고 신규 설비 투자를 20% 이상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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