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 부과 1년…현지 투자에도 부담 가중
미국 의존도 심화 속 생산 이전·고용 위축 '딜레마'
수출 다변화 시급하지만 중동 리스크 등에 차질

지난해 4월 시작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1년이 경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은 수조원을 미국 땅에 쏟아부으며 관세 장벽을 넘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추가 관세 위협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국내 기업은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을 두고도 시장 다변화 부담이란 이중고에 직면했다.


현대차, 미국 현지 생산 확대…국내 고용 감축 불가피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한 기업 중 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미국은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수입차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에 따른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시장 투자를 약속했고, 총 투자액은 약 38조원(26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 부과로 이미 현대차와 기아는 총 7조2000억원의 재무적 타격을 입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현지 공장 확대를 위해 수조원을 투자했다. 이들 공장은 관세 리스크를 상쇄할 '전진기지'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량을 올해 20만대 더 늘려 관세에 따른 타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공장 생산량은 전년 대비 9.3% 늘어난 78만2320대까지 끌어올렸는데, 올해는 100만대에 육박하는 차량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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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물량이 추가로 확보되지 않는 한 국내 생산 물량 축소는 시간문제다. 노동조합 측은 물량 이관이 현실화할 경우 단체협약상 명시된 국내 생산 물량 174만대 하한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등 인기 차종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국내 고용 위축과 부품사 노동자의 고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해법은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인다는 것이다.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주주 서한을 통해 향후 5년간 중국과 인도에 총 46종의 신차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총 127만65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과 인도 모두 현지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해 18만대 수준으로 점유율은 1% 아래다. 인도 역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5% 감소하며, 시장 점유율은 2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체계 개편…25% 관세를 일괄 부과

철강산업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지난 1년간 관세 완화 노력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체계 개편 준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한 완제품(파생 제품) 가격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포고령을 이번 주 내 발표한다. 기존 완제품에 사용된 철강이나 알루미늄의 함량에 따라 50% 관세를 부과했는데, 전체 제품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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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도 개편이 실질적으로 관세 인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율만 보면 50%에서 25%로 낮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품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의 가치가 아니라 수입 제품 전체 가치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실제 관세는 오히려 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재 생산은 3년 연속 감소한 6350만t 규모로 예상된다. 내수 부진에 더해 수출 여건도 악화된다. 특히 철강은 설비 비중이 커 미국이 자국 제조업 보호 논리를 내세우기에 가장 부담이 적은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철강 수출은 여전히 미국이 최대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중국·멕시코·베트남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철강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중동 사태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한다.


반도체·가전…커지는 불확실성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한 반도체 기업 역시 지난 1년간 트럼프 정부의 투자 압박을 거세게 받았다. 앞서 바이든 정부 당시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에 대응하며 현지 투자를 늘려왔는데, 트럼프 정부에 들어 추가 투자 확대 압력이 강화된 양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불확실성만 커졌을 뿐, 아직은 실제 투자나 생산을 늘리는 등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품목관세 도입이 예고됐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현재로서는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관세 영향권에 놓인 가전업계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국가별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적용 여부를 동시에 따져야 하는 구조로, 대응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은 관세 발표 때마다 생산거점 간 물량 조정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국가, 품목, 소재, 원재료에 따라 관세가 다르게 적용이 되면서 변수와 조건들이 더 복잡하고 많아졌다"고 "단순히 미국에서의 생산, 투자를 늘린다고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생산거점 조정과 대체 공급망 활용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지난해 2월부터 수출 기업들의 관세 상담을 받았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는 지난 1월까지 1만건이 넘는 상담 건이 접수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지에 생산 법인이 없어 새롭게 법인을 짓거나 투자를 늘리려고 했던 기업들은 관련 설비에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 등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가 있어 현지 진출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수출입 공급망을 단기간에 바꾸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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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제는 관세 정국 이전으로 원상 복귀 되기 어렵다"며 "대외 리스크가 어떤 형태로든 지속, 즉 '상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기업들이 수익성을 따질 때 가격 이외에 리스크 관리 비용, 거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 '포스트 트럼프 체제'에 맞게 경쟁력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새롭게 강화할지 내다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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