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기업 중엔 사업 준비에만 3년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작 무르익었을 땐 투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한 액셀러레이터(AC) 업계 종사자의 말이다. AC는 3년이 지나지 않은 초기창업기업에 전체 투자금액의 40%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에 명시돼 있는 AC의 정의가 '전문보육·투자를 주 업무로 하는 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인 만큼 초기 기업 육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AC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다. 3년 이내 기업 투자 제약으로 제대로 투자하기도 전에 좋은 기업들을 놔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대학 교수가 과제 수주 목적 등으로 사정상 법인을 만들어놨지만 당장 기업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일정 기간 투자를 받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 등이 그 예다. AC가 성장할수록 재원이 많아지면서 의무 투자 비율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진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는 연초 이를 개선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 AC의 의무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의무투자 대상 범위를 초기창업기업과 투자이력이 없는 5년 이내 창업기업으로 늘리고 후속투자 기업(5년 이내 업력)도 포함해 이전보다 확대했다.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는 늘어난 숫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방증한다.
다만 업계는 이를 넘어 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 자율성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 투자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발굴한 기업에 대해선 조건 없는 후속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5년 이내라는 초기창업기업의 조건을 없애야 한다' '의무투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 등 저마다의 해법들은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논의는커녕 국회에서는 발의된 개정안 논의조차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는 당분간 추가경정예산 논의로 굴러갈 가능성이 높고, 국회의원들은 6월 지방선거로 지역구를 지원하느라 국회 일에 몰두하기는 쉽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가 잘 되려면 결국 초기 투자사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C들의 기반이 탄탄해야만 지속해서 초기창업기업을 부흥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AC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VC, PE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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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벤처 4대 강국 도약' 대책까지 내세우며 벤처업계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발목 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벤처 4대 강국으로 가는 시간 역시 길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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