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소상공인 '빈수레' 간담회, 이럴거면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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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참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중동전쟁 소상공인 분야 영향 점검회의'가 끝난 뒤 간담회장에 남은 한 소상공인 단체 대표가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플라스틱 포장재 가격 인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중기부가 소상공업계와 배달 플랫폼 업계 간의 상생 협력 방향을 공유한다고 취재진에 사전 공지하면서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그간 배달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소상공업계와 배달 플랫폼들이 상생협의체 구성 등의 노력을 이어왔으나 번번이 흐지부지됐던 터라 중동사태의 여파가 몰아닥친 현시점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에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준비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20분가량 언론 공개로 진행된 뒤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 내용은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소상공인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 분위기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이날 발표한 정책은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인 대책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확대한다고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고, 눈길을 끌었던 배달 플랫폼들과의 상생 방안도 탈플라스틱과 다회용기 사용 같은 원론적인 아이디어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소상공인은 "이를테면 오늘 나온 다회용기 사용 등의 구상은 추가비용의 부담 때문에 소상공업계가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냈던 내용"이라며 "새로울 것이 없었고 알맹이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비공개 간담회 중 배달 플랫폼들을 향해서도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하며 쓴소리를 내뱉었다고 한다. 간담회의 내용이 그만큼 아쉬웠음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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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업계의 피해는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원부자재 비용 급등을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연차소진을 장려하며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거나, 상승한 비용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인상했다가 정부로부터 '가격 인상 자제' 공문을 받아든 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국가적인 비상 상황에서 열린 중요 간담회가 '요란한 빈수레'로 끝나버린 건 현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사전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냉정하게 복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더욱 진력해주길 바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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