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에 불 붙은 유가…항공유 사상 최고치, WTI는 111달러 돌파
WTI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 경신
美 휘발유 가격 36.1% 급등
디젤 가격은 46% 급등
항공유 고공행진에 유럽 가장 타격
英·獨 항공사 노선 폐지 등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원유 시장에 불안감이 번지며 국제유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휘발유, 항공유 등의 가격에 전가되면서 민간과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1.42달러(11.41%) 폭등한 배럴당 111.54달러에 마감했다. ICE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7.78% 급등한 109.03달러로 마쳤다.
WTI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6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며, 202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브렌트유 가격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란 석기 시대로"…휴전 없자 요동친 원유 시장
이날 유가에 불을 붙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그들이 속해 있던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이란을 위협했다.
시장에서는 연설 전까지 휴전 기대감이 존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전 "이란이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공개서한을 통해 '대립은 무의미'하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휴전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원유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실제 미군은 2일 오후 이란과 인접한 카라즈를 연결하는 B1 다리를 두 차례 공격했다. B1 다리는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드론 부품을 전국 각지의 부대에 보급하는 주요 통로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는 이번 공격에 대해 "군사 보급로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대규모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유가는 장중 이란이 오만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행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최소한 일부 원유 물량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멜리사 브라운 심코프 투자결정 담당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판단해 장중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유가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유가가 결국 하락하더라도 휘발유 가격은 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휘발유 가격 36.1%↑…유럽은 항공유 폭등에 항공사 노선 폐지도 검토
실제 이란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 전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4.081달러로 한 달 전(2.997달러)보다 36.1%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유(디젤) 평균 가격은 3.770달러에서 5.507달러로 46% 뛰었다.
경유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2022년 6월19일(5.816달러) 기록까지 고작 0.31달러 차이가 난다.
산업계도 타격이 크다. 당장 항공유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자 항공사는 비상이다.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북서유럽 기준 항공유 가격은 전장 대비 18% 급등한 t당 1904달러로 마감했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이란 전쟁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가장 걱정이 큰 곳은 유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 지역의 의존도를 높여왔다. 특히 유럽은 항공유 절반 이상을 중동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으로, 지난해 항공유 수요(1200만t)의 대부분을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수입했다.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는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매주 항공편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유럽 국가 중 (항공유 공급 차질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영국"이라며 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 여름 성수기 항공편 운항을 취소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까지 항공료의 약 80%를 배럴당 67달러에 헤지했으나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4월분 연료를 배럴당 170달러에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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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루프트한자 카르스텐 스포어 CEO도 "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폐지나 노후 항공기의 조기 퇴역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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