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동전쟁에도 '배짱 영업'…또 가격 올린 '수지 시계' 론진
론진, 1일부터 제품 가격 인상
미니 돌체비타 20만원 인상
수요 폭발에 가격 인상 릴레이
최근 명품 수요가 핸드백에서 주얼리·시계로 이동 중인 가운데 세계적인 럭셔리 시계 브랜드 론진이 이달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명품 시계 수요에 맞춰 수년째 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배짱 영업' 논란이 불붙는 양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론진은 지난 1일부터 돌체비타, 레전드 다이버, 콘퀘스트, 하이드로콘퀘스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소 20만원 이상 인상했다. '수지시계'로 유명세를 탄 대표 인기 모델 '미니 돌체비타'는 30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남성 수요가 높은 '레전드 다이버 39'는 53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론진은 지난해 6월에도 전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한 바 있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추가 인상에 나선 셈이다.
론진은 세계 최대 시계 제조·유통 그룹인 스와치그룹 소속 브랜드다. 스와치그룹은 전 세계 시계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업계 1위 기업으로, 1832년 설립된 론진은 '날개 달린 모래시계' 로고로 유명한 전통 브랜드다.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견조한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백화점 3사의 최근 실적을 보면 럭셔리 주얼리와 시계가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봄 정기세일 기간 롯데백화점의 해외 시계·주얼리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럭셔리 주얼리가 101.6% 급증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럭셔리 워치 역시 44.9% 성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시계·주얼리 매출이 56.3% 뛰었다. 중동전쟁 등의 여파로 소비 둔화 우려가 나왔지만, 고가 명품 소비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극화 소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연초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은 1월 약 6% 인상에 이어 3월에도 2~5%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올해 들어 두 차례 가격을 조정했다. LVMH 계열 티파니앤코 역시 2월 말 주요 제품 가격을 7~15% 인상했다.
가방과 주얼리를 동시에 올린 브랜드도 적지 않다. 에르메스는 1월 버킨·켈리·콘스탄스 등 주요 가방 가격을 2~7%, 주얼리는 5~9% 인상했다. 샤넬 역시 클래식 플랩백과 보이백 등 주요 제품 가격을 7%대 올리고, 코코크러쉬 등 주얼리 가격도 3~5% 인상했다. 까르띠에는 러브링과 트리니티 링 가격을 7~8% 올렸고, 다미아니도 2월 평균 8~10% 인상을 단행했다. 시계 시장에서는 롤렉스가 올해 초 주요 모델 가격을 5~6%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인상이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실적이 좋은데도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과 함께 '배짱 영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동 지역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명품 업계의 영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최대 명품 유통사인 찰후브(Chalhoub) 그룹은 바레인 매장을 전면 중단했고, UAE·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 출근 체제로 전환했다. 케링 역시 UAE·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 매장을 일시 폐점하고 출장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불안도 부담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항공·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일부 운송 노선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죽 가공, 금속·유리 공예 등 제조 공정 전반의 에너지 비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결국 명품 시장은 '수요는 강하고 비용은 오르는' 이중 구조에 직면한 셈이다. 당분간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소비자 반발과 시장 피로도가 누적될 경우,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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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가 워낙 견조해 가격 인상분이 그대로 시장에 흡수되는 구조"라며 "다만 인상 속도가 누적되면 소비 심리가 꺾이는 시점이 올 수 있어, 하반기에는 브랜드별로 가격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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