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J 공중보건 연구…가족구조 변화·교육 확대에 위험군 이동
"예방정책, 저학력 독거남 넘어 고학력 1인 가구까지 넓혀야"

한국의 고령층 자살 예방 정책이 기존의 저학력 독거 남성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성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족구조 변화와 교육 수준 상승이 맞물리면서 앞으로는 고학력 비혼·미혼 남성이 새로운 고위험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예방정책의 위험 지도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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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학연구소 박사와 영국·스페인 공동 연구팀은 한국의 사망 등록부와 인구조사 자료를 활용해 1930~1950년대 출생 코호트의 고령층 자살 양상을 성별·혼인 상태·교육 수준별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BMJ Public Health(BMJ 공중보건)에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혼 또는 이혼한 고령층의 자살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이 같은 변화는 고학력 집단에서만 두드러졌다. 반면 미혼·이혼 상태의 저학력 남성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1961~1985년 출생자가 60~69세에 진입하는 시점을 가정한 시나리오 분석에서 앞으로는 대학 이상 학력을 가진 비혼 고령 남성의 자살 사망 규모가 저학력 동년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족구조 변화가 바꾸는 고령층 위험군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살률 수치 자체보다 자살 사망자의 절대 규모가 어느 집단으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했다는 데 있다. 결혼율이 높고 저학력 인구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학력·1인 가구·비혼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고령층 위험군의 인구학적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고학력 집단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 가운데 자살 사망자 수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포착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교육과 혼인 상태만으로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적 자본과 복지체계 변화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령층 자살 위험군 재편 경고…고학력 비혼 남성, 새 사각지대 부상[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이번 결과는 향후 자살예방 정책이 기존의 저소득·저학력 고위험군뿐 아니라 고학력 고령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복지 사각지대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력이 높더라도 가족 해체, 사회참여 감소, 경제적 불안정, 건강 악화가 중첩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고령기에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청년·중장년기부터 누적된 비혼, 가족해체, 사회적 연결 약화가 노년기에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문턱효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와 정책은 혼인·학력 같은 인구학적 변수뿐 아니라 사회참여, 건강, 삶의 질, 지역사회 연결망 등 비인구학적 요인을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고령층 자살 예방의 초점을 특정 취약계층에 고정하기보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새로운 위험군을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는 정책 경고음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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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정책 역시 가족 형태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흐름을 반영한 정밀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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