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봇]③'기대만빵' 로봇 셰프는 왜 잘렸나
'주고객층' 자영업자 진입장벽…수요와 미스매치
대형 프랜차이즈·요리봇 직영매장도 성과 미미
"인력대체·부피 축소 등 니즈 고려한 개발 필요"
아직 초기인 요리봇은 분명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표준화 수요까지 맞물려 '언젠가는 올 미래'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자영업자들은 아직 선택을 주저했고, 상용화를 추진한 대형 프랜차이즈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좋은 기술이지만 '쉬운 시장'은 아니었던 셈이다.
자영업자 "편하긴 한데…인건비는 여전하네"
이제식씨(42·남)는 2023년 충북 충주에서 30년 동안 국밥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일손을 덜기 위해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 형태의 요리봇 도입을 고려했다. 부모님의 연세와 구인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결단이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 수소문 끝에 협동로봇 업체와 사업 논의까지 진행했지만, 실제 사용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씨는 "당시 국밥 전용 협동로봇이 없었기 때문에 로봇 팔을 사서 소프트웨어까지 따로 구성해야 했다"며 "로봇팔 비용만 4000만~5000만원 수준인데, 주방에 로봇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고려하면 부담이 너무 커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주방 인력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신모씨는 자동볶음기 '로보쿡'을 도입했다가 돌려보냈다. 고기를 2~3㎏씩 볶아야 하는 상황에서 편리했지만, 오히려 장사가 잘될수록 운영효율이 떨어지는 짐덩이가 됐다. 메뉴 변경 시 웍 교체 후 세척에 시간이 걸리면서 주문이 많이 들어올수록 음식 제공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결정적인 건 인건비였다. 물론 편리하지만 직원을 대체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던 셈이다. 신씨는 "(로보쿡 도입 이후) 일은 조금 편해졌지만, 직원을 줄일 정도는 아니었다"며 "수백만 원을 들일 만큼 인건비 절감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더해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원팩시스템(재료를 전처리해 개별 팩 형태로 제공)도 있기에 로보쿡을 사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전했다.
"상용화까진…" 요리봇 성과 '미미'
잠재시장은 크지만, 현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률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요리봇의 시장 침투는 더딘 편이다. 요리봇 개발 기업들의 성과도 미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요리봇 기업 로봇아르테의 치킨 가맹점 '롸버트치킨'의 가맹점 수는 2022년 8개에서, 2023년 9개로 늘었지만 2024년 6개로 줄었다. 25일 기준 롸버트치킨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가맹점은 단 세 개다. 롸버트치킨 매장은 튀김 요리봇 '롸버트-E'와 점주 1인이 운영할 수 있는 가게를 표방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영업이익은 2022년 334만원 적자, 2023년 428만원 적자, 2024년 133만원 적자로 나타났다. 관련 문의를 위해 로보아르테 측에 관련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로봇 활용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KFC는 2020년 현대로보틱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치킨 제조 로봇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KFC 측은 "당시 매장 운영 효율성과 자동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현대로보틱스와 협력을 논의한 바 있지만 이후 실제 매장 운영에 적용되는 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다만 다양한 기술 적용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촌치킨 역시 2021년 로봇 제조사 뉴로메카와 MOU를 맺고 튀김로봇을 개발했다. 해외매장에도 이를 도입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매장을 기준으로 하면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로봇이 들어가 있는 국내 매장은 23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교촌치킨 매장 수는 총 1362개로 이는 전체의 약 1.69% 수준이다.
전문가 "자영업자 환경 고려해야…맞춤형 로봇도 필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술과 함께 구조와 환경도 지적한다. 자영업자의 진입장벽을 뚫는 것이 최우선 조건인데, 아르바이트 인력 교체가 잦고 숙련도가 낮은 구조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수한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순환이 빠른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매번 요리봇 사용법을 익히고 유지보수하는 것은 번거롭고 효율이 낮을 것"이라며 "요리봇이 편리하지만 아직 사람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사용할 요인이 크지 않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공간확보와 추가비용이 들고, 각 사업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로봇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정확한 수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품질 개선도 관건이다. 조성근 캡스톤파트너스 책임심사역은 "주방용 로봇의 스펙트럼을 보자면 산업용 공정 장비와 가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며 "가전이 가지고 있는 높은 품질 이슈를 고려하면 주방용 로봇도 그만큼 높은 품질을 보여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요리봇에 대한 위생·안전성 확보를 위한 인증 체계는 도입 초기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관리 인증체계 시범사업 진행 이후 약 1년4개월간 인증체계를 통과한 제품은 총 10개에 불과하다. 안전관리 인증기준은 국제통용 인증기준인 NSF를 기반으로 마련된다.
서비스 노동에 끼칠 영향도
요리봇이 여러 곡절을 넘고 안착해도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가 나타나는 한편 요식업 창업의 구조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단순 조리직원이 줄고 유지보수와 운영 인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 인력이 그 역할로 이동하면서 노동 수요가 유지될지 의문이 남는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장기적으로 요리봇의 속도나 정교함이 개선돼 도입된다면 대체되는 인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들을 새로운 분야로 알선하거나 로봇 및 정보통신 분야로의 재취업 등 사회적으로 노동시장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협업하는 형태로 미리 설계하는 방안 등 사회적으로 로봇 도입의 방식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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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영업자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초기 장비 투자 비용이 추가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한편, 음식의 표준화와 균질화로 브랜드 중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는 셈이다. 브랜드 마케팅 경쟁도 결국 비용인 만큼 출발선부터 다른 양극화 우려가 남아있는 셈이다.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러 선결 조건을 딛고 만약 요리봇이 안착한다면 가게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서비스의 양극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완전 기계화를 추진한다면 인력은 대체되겠지만 가령 초벌구이는 로봇이 하는 대신 인간이 식탁 불판에서 고기를 잘라주는 서비스를 추구해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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