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김현아,김지예 'AI 시대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최상위 공부법'
더 빨라진 화면 앞에서 끝내 남는 읽기와 쓰기의 힘
정답을 찾는 공부에서, 질문하고 표현하는 공부로
아이 숙제 옆에 이제는 연필만 놓이지 않는다. 휴대폰이 있고, 태블릿이 있고, 뭐든 그럴듯하게 써 주는 챗GPT가 있다. "숙제? 챗GPT가 다 해 주는데 왜 제가 써요?" 이 책은 바로 그 낯익고도 서늘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AI를 둘러싼 막연한 흥분이나 공포를 키우지 않는다. 대신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온 변화를 먼저 본다. 'AI, 교실로 침투하다'라는 장 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AI를 미래 담론으로 밀어 올리지 않고, 아이 숙제 옆에 놓인 기계로 끌어내린다.
그래서 이 책이 붙드는 것은 AI가 아니라 언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이 대신 써 준 문장 말고 자기 문장을 만드는 손이다. 저자들은 문해력을 단순한 독서 습관쯤으로 다루지 않는다. 정보를 읽고, 그럴듯한 답을 의심하고, 흩어진 사실을 자기 말로 다시 세우는 힘으로 넓혀 잡는다. 책 안에 나오는 'AI가 만든 가짜를 찾아라', '확증 편향' 같은 대목이 괜히 들어간 것이 아니다. 챗GPT가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그 답을 한 번 멈춰 읽는 아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책이 읽힌다는 느낌은 거창한 선언보다 자잘한 생활 기술에서 나온다. '밥상 뉴스 5분'이 그렇고, 핵심 인물-사건-결과로 정리하는 '3줄 요약'이 그렇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어린이 신문의 '~습니다'를 기사체 '~했다'로 바꿔 써 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저자들이 정말로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기서 드러난다. 문해력은 결국 문장을 손으로 다뤄 보는 일이라는 것. 읽기와 쓰기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아이가 한 문장을 직접 고쳐 쓰게 하는 감각이 이 책의 힘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역지사지 토론' 대목도 그냥 지나가기 어렵다. 찬성과 반대를 갈라 이기게 하는 토론이 아니라, 한 번 쥔 입장을 놓고 반대편 자리로 가 보게 하는 수업이다. 아이는 그 순간 말의 방향을 바꿔야 하고, 남의 논거를 자기 문장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문해력은 바로 이런 데서 얼굴을 드러낸다. 많이 읽은 아이보다, 반대편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다시 말할 수 있는 아이. AI가 가장 쉽게 흉내 내는 것은 정답의 문장이고, 가장 늦게 따라오는 것은 어쩌면 이런 문장의 결일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뒤에 깔린 큰 변화가 보인다. 2032~2033의 서·논술형 수능, 절대평가, AI 보조 채점 같은 말들이 앞장서지 않고 뒤늦게 올라온다. 그 순서가 좋다. 먼저 아이의 손을 보고, 그다음 학교가 어디로 몸을 틀고 있는지 보게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사례, 교실 안 토론과 서술형 확대의 흐름은 그래서 전망이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연습처럼 읽힌다. 객관식의 시대가 오늘 끝난 것은 아니지만, 다음 문법을 연습하는 교실은 분명 늘고 있다.
숫자와 표정을 함께 놓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학습 양극화를 보여 주는 그래프가 나오고, 그 옆에는 팬데믹 이후 아이들의 언어와 학습이 어떻게 흔들렸는지가 따라붙는다. 그래프만 있으면 보고서가 됐을 것이고, 사례만 있으면 걱정 많은 부모의 수기가 됐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둘 사이를 지난다. 그래서 '문해력 격차'라는 말이 추상어로 뜨지 않는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내려온다.
늘 같은 밀도로 책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정책과 입시 로드맵을 설명하는 대목은 다소 빽빽하다. 취재한 사실을 많이 담으려는 기자의 성실함도 엿볼 수 있다. 그 반듯함이 오히려 이 책을 뜬 주장으로 흐르지 않게 붙잡는다. 교육학의 큰 이론서처럼 보이려 하지 않고, 현장을 오래 본 기자들의 눈으로 교실과 가정의 변화를 묶어 낸다.
끝내 책이 돌아오는 자리는 의외로 오래된 곳이다. 읽기, 쓰기, 질문, 토론. 화면은 점점 더 빨라지고, 답은 점점 더 매끈해진다. 그럴수록 남는 것은 남이 써 준 문장이 아니라, 늦더라도 자기 문장을 끝까지 밀어 올려 보는 아이의 손일 것이다. 'AI 시대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최상위 공부법'은 그 오래된 사실을, 이미 달라지기 시작한 교실의 풍경과 함께 다시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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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최상위 공부법|오주연,김현아,김지예 지음|한빛비즈|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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