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정치]대구는 전에 없던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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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인연은 깊다. 서로 알게 된 게 15대 국회 때이니 30년 가까이 됐다. 세월만큼이나 두 사람의 정치 역정은 변화무쌍했으나 신뢰 관계는 변치 않았다. 사석에서 김 전 총리는 홍 전 시장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홍 전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공격수'라고 불리며 험한 말을 쏟아냈지만, 그동안 한 번도 김 전 총리에 대해서는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때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홍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에서 물러난 1999년, 당시 경기도 군포지구당위원장이던 김 전 총리에게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송파갑에 출마하라고 권한 적이 있다. 출마하면 100% 당선될 수 있었지만, 김 전 총리는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다. 군포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16대 총선 때 군포에서 당선된 김 전 총리는 한나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홍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김 전 총리의) 선택을 비난해 본 적이 없다.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30년 전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를 정치권에 끌어들이기 위해 집으로 쳐들어간 적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 김원기·노무현·제정구 등이 모여 이를 비판하며 지역주의를 넘어선 정당을 만들기 위해 끌어들이려고 했던 인물이 홍 전 시장이었다. 당시 김 전 총리도 이들과 함께 홍 전 시장의 자택을 찾아 밤새 설득했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홍 전 시장이 신한국당으로 가는 바람에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김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았고 권력, 돈, 명예 등 가진 자의 갑질 행위, 반칙 행위에 정의감을 보이는 데 탁월했다"고 홍 전 시장을 평가했다.


홍 전 시장은 2일"자치단체장은 행정가이지 싸움꾼이 아니다.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니라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달라"라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김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홍 전 시장의 지지 표명은 두 사람의 오랜 인연에 바탕을 둔 것이기는 하나 대구의 '보수 인사'가 '진보 인사'를 지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홍 전 시장이 물꼬를 튼 셈이다.




김 전 총리는 그동안 대구에서 네 번 출마해서 세 번 낙선했으나 그때도 40% 안팎을 득표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10%를 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시장의 지지에 더해 '박정희 엑스코'를 말하고 '박근혜 방문'을 언급하는 배경이다. 김 전 총리도 이재명 대통령이 하듯 '민주당' 울타리를 넘어 중도와 보수 세력으로의 과감한 확장 전략을 쓰는 셈이다. 그동안 보였던 진정성을 바탕으로 대구시민들에게 "어쩌다가 우리 대구가 이렇게 되었습니까?"라고 공격적으로 절규한다.


지금 보수는 파편화됐다. 판을 주도할 세력도 없고, 통합할 리더도 없다. 뿌리가 튼튼한 것도 아니다. 내용 없는 상징, 힘이 없는 이름만 남았다. 짧은 기간에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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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권력적인 측면에서 정치적인 비전을 찾지 못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지금 심장의 박동은 약해지고 있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이 먼 것이 대구의 현재 상황이다. 대구는 과연 이번에 전에 없던 선택을 할 것인가.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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