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확전 공포에 금융위기 고점 바라보는 '전쟁 환율'
당국 시장상황점검회의 개최
윅비·RIA 달러 공급선 역할 기대
트럼프의 확전 예고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고점'을 바라보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1550원선을 넘어 1570선마저 뚫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환위기의 경험과 사실상 처음 도달한 1500원대 환율이 맞물리며 경계감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외환당국은 이달부터 유입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과 국내시장복귀계좌(RIA) 출시가 달러 공급선 역할을 하며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의 ‘2~3주 내 종료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란 전쟁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예고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 코스닥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3% 오른 5551.59에 코스닥은 1.25% 상승으로 출발했다. 2026.4.1 조용준 기자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10.9원 오른 1512.2원에 개장해 트럼프의 대국민연설 직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종전 기대감에 전날 30원 가까이 급락했던 환율은 야간장에서 재차 반등했다. 휴전 조건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미국·이란 간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전쟁 이후 원·달러 환율은 확전 공포에 치솟고 종전 기대에 폭락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지난달 말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6.9원을 터치하며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원화와 강하게 연동된 대만달러나 일본 엔화보다도 절하폭이 지나치게 컸다.
원화가 유독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 이탈 탓이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1일까지 최근 10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이어가는 등 대거 한국 주식을 내다팔며 원화 가치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 외환시장이 환금성이 높은 시장인데다 그간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쌓여온 이익 실현 욕구가 작용하며 대량 매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외국인 매도세와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급락을 펀더멘털 붕괴가 아닌, 지정학 리스크와 수급 요인이 결합한 패닉성 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확전 우려에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불안정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1550원선을 뚫고 더 올라가 금융위기 고점인 1570원선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측불가 환경에 경제주체들은 생산·투자 등 의사결정을 미루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위기론을 불식하기 위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공개발언했지만, 이 발언 직후 도리어 환율이 분 단위로 요동치며 당일 고점을 경신하는 등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전쟁 환율'을 잡을 정책적 해법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변동환율제에서 외환당국이 시장 적정 환율을 알기 어려운데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요인이 밀어 올리는 환율 급등세를 통제할 여지도 제한적이다. 당국이 특정 환율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더라도 시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눌러놓은 환율이 재차 튀어오르며 성과 없이 외환보유액만 축내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당국의 고민 지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1997년에도 당국이 펀더멘탈 이하로 낮추려고 개입했지만 효과는 보지 못하고 외환보유액만 소진해 외환위기가 오는 결과를 낳았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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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사태 영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부터 국고채의 WGBI 편입이 공식 개시되면서 외국인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국고채 4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며 "WGBI 편입이 향후 채권·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관계기관 합동 '상시점검 및 투자유치 추진단'을 가동해 자금유입 상황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재매입) 등 시장안정조치에 힘입어 국채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고, 국회를 통과한 '외환시장 안정 세법'에 따라 출시된 '국내시장복귀계좌'(RIA)도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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