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에 비닐 원료 나프타 수급 우려
정부·지자체 "공급 문제없다"
소비자는 종량제봉투 사재기
과거 마스크 대란 학습효과
생활용품 등 불안요소 전반 재점검 계기로

'종량제봉투 없습니다.'


최근 쓰레기 종량제봉투 대란으로 고객 문의가 쇄도하자 수도권 한 편의점은 출입문에 이 같은 안내문을 써 붙였다. 점주는 "시청에서 물량을 받아와야 하는데, 언제 들어올지 기약조차 없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3개월에서 최대 1년 치 공급이 가능하고, 가격이 오를 일도 없다"고 강조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편의점에 종량제봉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흥순 기자

수도권 한 편의점에 종량제봉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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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가 바라보는 종량제봉투 부족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매 수요가 평소보다 급증한 영향이 크다. 지난주 주요 대형마트와 슈퍼에서 종량제봉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에서 4배 가까이 늘었고, 편의점 판매량도 전주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여파로 종량제봉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미리 쟁여두자는 심리가 발동한 결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가격 인상과 물량 소진 등을 우려한 '패닉바잉(공포매수)' 현상이 종량제봉투까지 번진 것이다. 판매 업체는 임시방편으로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종량제봉투 제조업체가 부쩍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나 설비를 확충하지 못해 지자체별로 물량을 조달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양상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마스크 대란'을 연상케 한다. 수급 불안을 노린 일부 민간 판매업자들이 가세하면서 개당 500원 미만이던 마스크는 한때 10배 이상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웠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재고가 파악되는 약국이나 판매처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고도 이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종량제봉투 대란은 이 같은 경험들이 더해지면서 불안을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사재기는 기우(杞憂)가 낳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일인데 지엽적인 일부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는 생각"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정 대책이 가능하다"는 주무 부처의 입장이 그렇다. 온라인에서는 "시급한 국제정세 위기 속에 규칙에 맞는 쓰레기 배출을 걱정하는 '착한 한국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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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환율 상승이나 원자재 수급, 물류 비상,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불안 요소보다 주유비나 생필품 등 일상에서 체감하는 가격 변동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화장지, 대만이 비닐봉지 사재기로 혼란을 겪는 것처럼 물가상승을 우려한 패닉바잉은 생활용품이나 먹거리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사재기를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우선이겠지만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당국과 지자체가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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