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는 옛말… 주류 업계, 주름 깊어진다
‘북중미 월드컵’ 주요 경기
평일 오전 시간대 진행
젠지세대 '금주' 확산
월드컵 마케팅 비용도 부담
오는 6월 개최되는 '2026 피파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주류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월드컵은 단일 스포츠 행사 중 주목도가 가장 높아 주류업계에선 '대목'으로 꼽히는데, 올해는 오전 시간대 경기가 치러지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근 20~30대 젠지세대에서 음주를 꺼리는 트렌드가 자리잡은 가운데 이미 예정된 월드컵 마케팅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전날 맥주 브랜드 카스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월드컵 마케팅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카스는 국내 주류 브랜드 유일의 FIFA 월드컵 공식 스폰서다.
월드컵 기간은 주류 매출이 평소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호재로 불린다. 특히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압도적인 판매 비중을 차지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겨울에 개최됐지만, 월드컵 특수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연말 호재가 겹치면서 큰 실적을 거뒀다.
당시 카타르 월드컵 공식 스폰서였던 오비맥주는 2022년 매출이 전년대비 약 16% 증가한 1조56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38% 급증한 3600억원을 기록했다. 대표 맥주인 '카스'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같은해 종합주류기업 하이트진로는 전년대비 13% 증가한 2조4970억원의 매출을, 영업이익은 9.5% 오른 1900억원을 기록했다. 소주와 '테라'의 매출이 동반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던 2018년에도 오비맥주는 매출액 1조6981억원, 영업이익 5145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이 30%대에 달했다. 하이트진로는 매출액 1조8856억원, 영업이익 904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한국 시각으로 오후 9시~자정 사이에 주요 경기가 열려 맥주 등 주류 소비가 증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당시 식당이나 주점 등에서 술을 소비하는 비율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구입해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집관족'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 북중미 월드컵은 조별리그가 평일 오전 10~11시에 열리면서 주류를 구매하는 주 연령층인 20~50대 직장인들이 음주가 어려운 환경이다.
맥주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금주 문화도 월드컵 특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조7755억원으로, 전년대비 2% 가량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200억원(5.44%) 가량 줄어든 3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주류 시장 소비 둔화로 인해 판촉 활동을 늘리며 외형은 성장했으나, 그 결과,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오비맥주의 광고비는 2024년 1539억원에서 지난해 1631억원으로 6% 가량 증가했다.
맥주 시장 2위인 하이트진로의 사정은 더욱 힘겹다. 지난해 맥주 매출은 758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2024년 대비 7.9%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도 지난 2024년 343억원에서 지난해 86억원으로 75% 급감했다.
주류 업계는 '월드컵 마케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올해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AB 인베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로 FIFA 월드컵 공식 맥주에 선정된 이후 계속 월드컵 공식 맥주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달 9일까지 카스 프레시 제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예선 경기를 현지에서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이트진로는 월드컵 공식 맥주 스폰서가 아니지만, 올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만큼 월드컵 기간 '축구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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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이 주류 소비 상승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특수를 누리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월드컵으로 인해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돼 영업이익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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