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불패의 법칙
배리 리트홀츠는 시장을 이기는 기술보다, 시장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실수를 줄이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다. 찰리 멍거의 "더 똑똑하기보다 덜 멍청하라"는 문장을 앞세운 것도 그래서다. 투자 실패는 대개 정보 부족보다 과신, 조급함, 군중심리, 과도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 책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의 태도다. 그는 전망을 맞히는 예언자처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가의 그럴듯한 전망, 숫자의 권위, 속보의 유혹, 내부정보에 대한 환상 같은 투자자의 익숙한 착각을 해부하며,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는 법을 보여준다. 수익률을 높이는 공격적 기술보다 손실을 키우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결국 '투자 불패의 법칙'은 돈 버는 묘수의 책이라기보다,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생존 매뉴얼에 가깝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찾게 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절제일지 모른다. 이 책은 그 오래된 상식을 다시 꺼내 보여주며, 투자에서 지혜란 대단한 예측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줄여가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배리 리트홀츠 지음 | 인플루엔셜)
퓨처 체인저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말을 증명한 사람들의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미래를 먼저 보고도 현재를 설득하지 못했던 시간, 반복된 실패와 의심을 견딘 과정을 다룬다.
대표적인 인물이 제록스 PARC의 앨런 케이다. 그는 1960~70년대에 이미 노트북과 태블릿의 원형인 다이나북, GUI 기반 컴퓨팅 환경을 구상하고 구현했지만, 제록스 경영진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훗날 스티브 잡스가 이 개념을 받아들여 매킨토시에 적용하면서 세상은 뒤늦게 그 혁신을 알게 됐다. 케이가 남긴 "우리는 미래를 발명했지만 현재를 설득하진 못했습니다"라는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책은 젠슨 황, 리사 수, 아모데이, 하사비스 등 기술혁신의 주역들을 다루지만, 단순히 성취를 찬양하지 않는다. 대신 아무도 믿지 않았던 시간, 스스로도 흔들렸던 순간,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이유에 주목한다. 결과만 보면 성공은 필연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실제 시간은 늘 불확실과 버팀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찬사 이전의 시간'을 복원하며,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김택균 지음 | 어바웃어북)
호모 카르보
'호모 카르보'는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류 문명 자체가 얼마나 깊이 탄소에 중독돼 있는가를 묻는 책이다. 신익수 숭실대 교수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탄소를 먹고 번영해온 존재, '호모 카르보'로 다시 정의하며, 산업혁명 이후의 발전이 사실상 지구에 저장된 탄소를 무차별적으로 끌어다 쓴 결과였다고 진단한다. 문명의 번영은 곧 지구에 떠넘긴 빚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단지 기후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의 새로운 질병원이 될 가능성까지 짚어낸다. 열역학, 에너지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환경 경제성 문제를 두루 엮어 지금의 탄소 문명이 왜 한계에 이르렀는지 추적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 문명은 계속 버틸 수 있는가.
8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책은 논문처럼 딱딱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복잡한 과학을 사례와 비유, 역사적 서사로 풀어내며 독자를 끌고 간다. 『호모 카르보』는 기후 교양서를 넘어, 인류 문명의 구조를 해부하고 한국 사회의 선택지까지 묻는 탄소 문명 보고서에 가깝다. (신익수 지음 | 틈새책방)
진격의 영포티
청년의 좌절과 중년의 불안이 맞부딪히는 자리에서, 세대는 서로를 탓하고 구조는 뒤로 숨는다. 이 책은 '영포티'를 인터넷 밈이나 세대 조롱의 언어로 다루지 않고, 그 말 뒤에 놓인 한국 사회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한때는 '젊은 감각의 40대'였던 영포티가 어느 순간 '애써 젊어 보이려는 중년', '꼰대', '내로남불'의 표상으로 바뀐 것은 개인의 품성보다 시대의 조건과 더 깊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책이 겨누는 것은 특정 세대의 민낯이 아니라, 자산 격차와 기회 축소, 노동시장 재편, 플랫폼 환경이 어떻게 청년의 분노와 중년의 불안을 서로 충돌하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구조의 문제는 자꾸 사람의 얼굴을 쓰고 세대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바로 그 메커니즘을 추적하며, '영포티'를 비난하기보다 세대 전쟁을 설계한 사회의 구조를 읽어내는 사회 해부서에 가깝다. (임수현 지음 | 다반)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
보석을 그저 예쁘고 비싼 사치품으로만 보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 책은 보석을 취향의 장식이 아니라 시간과 안목이 빚어내는 자산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타고난 물성만으로 값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와 처리 방식, 유통 경로, 브랜드, 경매 이력, 그 안에 축적된 서사까지 겹쳐져 비로소 하나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차분히 짚어낸다.
책의 강점은 보석을 막연한 환상이나 과장된 투자 담론으로 끌고 가지 않는 데 있다. 시장의 흐름과 가격 구조를 거시적으로 읽게 하면서도, 실제 선택의 기준은 미시적으로 세워준다. 무엇을 왜 사야 하는지, 어떤 요소가 가격을 흔드는지, 예산과 목적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분해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보석 감상의 취향을 높여주는 안내서이면서도, 동시에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을 이해하는 현실적인 입문서에 가깝다. (윤성원 지음 | 김영사)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의 새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해치지 않아도 끝내 상처를 남기게 되는 시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문화센터, 호텔, 명품 매장, SNS, 사무실, 재난 이후의 도시까지, 동시대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열 편의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자본주의의 질서 안에서 마모되는 현대인의 내면과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돈이 선택과 관계, 존엄의 경계까지 흔드는 세계에서 인물들은 생존과 양심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표제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이 소설집을 꿰는 가장 서늘한 문장이다. 그것은 사과라기보다 책임을 시스템 뒤로 밀어 넣는 시대의 변명에 가깝다. 손원평은 그 익숙한 말을 앞세워, 악인은 없지만 누구도 완전히 무고할 수 없는 세계를 집요하게 비춘다. 이번 소설집은 선의와 무심함, 책임과 회피가 뒤엉킨 오늘의 삶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집이다. (손원평 지음 | 창비)
시장의 심판자들
공정거래법은 멀고 어려운 제도가 아니라 라면값, 배달앱, 플랫폼 알고리즘, 아파트 관리비처럼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시장의 규칙에 가깝다. 이 책은 그 낯선 법의 세계를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담합, 독점, 빅테크 갑질, 재벌 규제 같은 실제 사건을 통해 풀어낸다. 시장의 반칙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공정위가 이를 어떻게 추적하고 제재하는지 기자들의 취재 감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강점은 법과 경제를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복잡한 경쟁법을 쉬운 언어와 적절한 비유로 번역하면서도, 그 뒤에 놓인 기업 권력과 시장 질서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은 공정거래법 입문서라기보다, 한국 자본주의가 어떤 규칙 위에서 흔들리고 버텨왔는지를 읽게 하는 현실적인 시장 교양서다. (송병철, 이대희, 채희선, 양영경, 김민정 김세훈 지음 | 박영사)
AI 시대, 트럼프와 이재명의 ESG 전쟁
ESG를 둘러싼 지금의 혼란은 유행의 소멸이 아니라 전장의 이동에 가깝다. 트럼프 2.0과 미·중 패권 경쟁, AI 전환이 겹친 자리에서 ESG는 더 이상 '착한 경영'의 수사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가르는 전략 언어로 바뀌고 있다. 겉으로는 종말론이 번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공급망과 노동, 인권, 에너지 기준이 경쟁자를 압박하는 무기로 재편되는 중이라는 진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국 기업이 마주한 현실도 여기서 선명해진다. 문제는 ESG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바뀐 규칙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있다.
책은 ESG와 AI를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 무탄소 전력 확보 경쟁,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재배치까지 한 줄로 꿰면서 기술과 규범, 에너지와 안보가 이미 하나의 문제로 얽혔다고 짚는다. 여기에 한국의 정책 변화와 산업 전략까지 겹쳐 읽으며, 이 책은 도덕 담론처럼 소비되던 ESG를 냉혹한 생존 전략의 언어로 되돌려 놓는다. ESG를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패권과 산업, 기술의 문제로 다시 읽게 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분명하다. (김태한 지음 | 세이코리아)
영국 정원 일기
낯선 땅에 뿌리내리는 삶을 정원이라는 작은 세계에 겹쳐 읽게 하는 에세이다. 런던의 한국인 정원사가 사계절을 따라 나무와 꽃을 돌보며 건져 올린 기록은 식물 기르기의 즐거움을 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외로움과 시간을 견디는 법까지 함께 보여준다. 클레마티스, 무화과나무, 시클라멘, 장미처럼 계절마다 다른 식물이 이야기를 이끌지만, 중심에 남는 것은 꽃의 정보보다도 삶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다. 빠르게 성과를 요구하는 세계와 달리, 여기서는 피고 지는 일이 나란히 놓이고, 가지를 치는 일조차 균형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
정원을 단순한 취미나 치유의 은유로 소비하지 않음이 귀하게 느껴진다. 흙냄새가 밴 재킷, 아이와 깻잎을 나눠 먹는 저녁, 낙엽을 100%가 아니라 80%만 치우면 된다고 웃어넘기는 마음 같은 장면들이 쌓이며,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거창한 통찰이 아니라 반복되는 돌봄의 리듬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드러낸다. 자연 예찬으로 흐르기 쉬운 소재를 붙들고도, 이 책은 오히려 사람 사는 시간의 결을 더 또렷하게 만진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이면서도, 결국은 각자의 삶에 어떻게 뿌리를 내릴 것인가를 묻게 하는 잔잔한 생활의 기록이다. (김민호 지음 | 판미동)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원고가 너무 많아 AI에게 분류를 맡겼더니, 나중에는 인간이 읽기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세계. 발상만 보면 웃긴데, 웃고 넘기기엔 너무 정확하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는 출판사의 잡무 자동화에서 출발해 예술 생산과 소비, 평가와 반응, 심지어 판단 기능까지 인공지능에 외주 주는 시대의 민낯을 블랙코미디로 밀어붙인다. 베스트셀러를 골라내던 기계가 어느새 창작과 유통, 감상까지 장악하는 과정은 과장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의 플랫폼 현실을 한 발만 비틀면 곧장 닿는 자리다.
재미있는 점은 AI 공포를 무겁게 설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습 편집자 오이오의 허둥지둥한 소동은 경쾌하게 읽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읽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먼저 무너진 존재라는 서늘한 통찰이 깔려 있다. 인간이 기술에 지배당해서가 아니라, 편리함에 취해 스스로 판단을 반납했다는 점에서 더 아프다. 발랄하고 우스운데, 다 읽고 나면 "그래서 지금 누가 읽고 있지?"라는 질문이 남는다. (김상원 지음 | 황금가지)
노스탈지아
'노스탈지아'는 과거를 아름답게 되살리는 소설이 아니라,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의 감각이 현재를 어떻게 붙드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룰렛 승부사'에서 '건축가'까지 이어지는 다섯 편은 서로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 두려움과 그리움 같은 정서를 느슨하게 공유한다. 그래서 여기서 향수는 포근한 회상이 아니라, 되돌아갈 수 없기에 더 선명해지는 감정에 가깝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 지금이라도 살까" 역대급 전망 나왔다…1분...
현실과 환상, 기억과 불안이 뒤섞이는 장면들도 이 작품을 단순한 추억담으로 남기지 않는다. 과거는 아름답기만 한 시간이 아니라 낯설고 흔들리며 때로는 기이한 얼굴로 되살아난다. 그 덕분에 '노스탈지아'는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 소설을 넘어, 사람이 오래도록 놓지 못하는 기억의 결을 조용하고도 또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읽힌다.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지음·한성숙 역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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