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사후정산·전속거래' 폐지 추진…기름값 할인·포인트 중단될 수도
유통구조 고려하지 않은 조치
주유소 경영난·공급차질 등 우려
업계 "부작용 우려도 고려해야"
정부와 여당이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불안 대응을 위해 정유업계의 '사후정산제'와 '전속거래' 폐지를 추진하자, 유통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십 년간 유지된 거래 체계가 무너질 경우 중소 주유소의 경영난과 도서·산간 지역 공급 차질 등 부작용이 우려가 커지면서,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는 전날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를 열고 사후정산 및 전속거래 구조를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한달 뒤에 이뤄지는 사후정산은 폐지하거나 일주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전속 거래도 특정 정유사 제품 100%에서 50% 한도로 낮추는 식이다.
정부가 2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고시하며, 휘발유와 경유를 리터 당 210원 높인 27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170원, 경유를 2180원에 판매 하고 있다. 2026.3.27 강진형 기자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먼저 공급하게 나중에 진짜 가격을 확정해 정산하는 제도다.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해 공급까지 통상 4~6주간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환율·유가 이중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입금가보다 최종 정산가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후할인제'라고도 불린다.
당정은 사후정산제로 인해 일선 주유소에서 소매가를 선제적으로 올리게 된다고 봤다. 도매가가 한 달 뒤에는 얼마나 뛸지 모르니 일단 가격을 올려 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현재 적용되는 입금가가 공개된 외부 지표에 연동돼 산정되는 만큼 정유사가 이를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제품 구매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는 판매시점 확정가와 사후정산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서 "주유소들이 사후정산을 많이 택하는 이유는 국내에는 중소 주유소들이 많아 가격변동 리스크를 줄이려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쟁 중이라 상황이 복잡해졌지만, 대부분 평시에는 최초 입금가보다 최종 정산가가 낮게 결정돼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월말에 차액을 환급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대법원은 2013년 '사후정산은 주유소에 불이익을 초래하거나 공정거래를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결한 바 있다.
전속거래제를 불공정한 거래로만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속거래는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1곳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정유사 제품만 전량 구매·판매하는 유통 구조다. 통상 1년 단위로 체결 및 갱신되며 주유소는 매년 계약 조건을 재검토해 정유사를 교체하거나 계약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갱신해온 계약이라는 점에서 강제적 구속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전속거래제에 대한 찬반 입장은 시설 지원의 필요성 등에 따라 나뉜다"면서 "어떤 주유소는 5년 단위로 전속 계약을 맺고 시설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하는 데 시설 지원이 없으면 주유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불가피하게 전속구매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속거래를 하는 주유소는 실제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면서 브랜드 사용권은 물론 보너스 포인트나 할인카드 서비스, 시설투자 지원이나 고객 사은행사, 광고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 받는다.
정유사가 전속 관계를 통해 주유소의 수요를 예측해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계획 수립이 용이하다는 점도 있다. 만약 전속계약이 폐지될 경우 지금처럼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 시장 논리에 따라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도서·산간 지역 주유소부터 공급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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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속거래제의 완전 폐지보다는 규제 개선을 통한 공정성 확보가 주류 흐름임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전속거래 구조가 주유소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도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나 합리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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