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년 만에 제네릭(복제약) 약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핵심은 오리지널 신약 대비 53.55%로 일괄 적용되던 제네릭의 상한가를 단계적으로 45%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10년 후엔 해마다 약 2조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그 여력을 희귀·중증질환 신약 등재와 혁신 연구개발(R&D) 지원에 쏟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웃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과 비교하면 2배, 캐나다나 일본보다도 1.5배가량 비싸다. 신약 개발이라는 힘든 길 대신 보장된 높은 약가에 기대 제네릭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결과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중 제네릭 비중은 80%를 넘는다. 고지혈증 치료제 성분 하나에 무려 128개의 제네릭이, 고혈압약은 86개의 제네릭 품목이 난립하는 진풍경은 한국 제약산업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러한 제네릭의 난립은 필연적으로 '리베이트'라는 독버섯을 키웠다. 품질이나 효능으로 차별화가 불가능한 시장에서 제약사들의 유일한 경쟁 수단은 영업력뿐이었기 때문이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전체 종사자 12만명 중 3분의 1이 판촉영업 인력인 현실은 제약산업의 자금이 어디로 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약가 인하 정책은 단순히 약값을 깎는 행정 조치를 넘어, 제약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가 오히려 R&D 동력을 꺾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높은 제네릭 약가를 보장받던 시절에도 국내 상장 제약사의 R&D 투자 비율은 7.5%(2024년)로 글로벌 빅파마(미국제약협회 회원사 기준 21.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네릭 수익으로 신약을 만든다'는 제약사들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약가 제도 개편은 국민 건강권 보장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중대한 전환점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약품비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감기나 경증질환 보장에 치중된 현재의 재정 구조를 중증·희귀질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싼 제네릭 약가를 덜어내 확보한 재정이 당장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고가 신약의 문턱을 낮추는 데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돈이 없어 최첨단 치료를 포기하는 비극을 막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약가 제도를 관리하는 본질적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급격한 정책 변화에 따른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채산성 악화로 필수의약품 공급이 중단되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저질 원료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촘촘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 진정성 있게 R&D에 매진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기간 부여 등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연착륙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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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지금, 비정상적으로 높은 약값과 그로 인해 파생된 리베이트 관행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번 개편이 국민에게는 약값 부담 경감을, 환자에게는 신약 접근성 확대를, 제약산업계에는 뼈를 깎는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옥석 가리기 없는 일괄적인 보호는 결국 산업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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