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기둥 하중계산 착오
감리·시공사, 설계오류 파악 못해
지반조사 소홀로 단층대 미인지
국토부, 영업정지 처분 추진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가 설계사의 하중 계산 오류와 시공사의 미흡한 안전관리가 맞물려 발생한 인재(人災)로 결론 났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을 포함해 9곳의 설계사·감리단을 상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 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당시 공사 중이던 지하 터널과 상부 도로가 동시에 붕괴되면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설계사, 기둥 하중 계산 오류…시공사, 지반조사 소홀

사조위는 이번 사고가 설계사의 하중 계산 오류와 시공사의 안전관리 부실이 맞물려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설계단계에서는 설계사가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실제보다 2.5배 적게 계산하면서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는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했으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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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단계에서도 지반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공사가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에 따르면 실무경력 5년 이상의 고급기술자가 터널 굴착면의 끝부분인 '막장'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자격 미달인 기술인이 이를 대체했다. 또한 지반 기술인이 막장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 사진 관찰로 대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지반조사 과정에서 외부 충격에 취약한 단층대를 파악하지 못해, 중앙기둥에 과도한 추가 하중이 부과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안전점검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시공사는 매일 공종별로 실시해야 하는 자체안전점검과 터널 관련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고 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콘크리트 균열 조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무락 사조위원장은 "해당 터널은 중앙기둥이 곧 터널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지만 설계도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중앙기둥의 구조적 저항능력에 대한 안정성 재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설계오류가 검증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고, 시공 중 예상치 못한 지반조간이 더해졌으며 현장관리마저 미흡해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서희건설, 최대 8개월 영업정지 내려질수도…법리다툼 가능성

국토부는 설계 과실과 시공·감리 부실에 따라 설계사, 건설사, 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기술 진흥법 상 설계사와 감리, 시공감리사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시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해당 공구는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다. 사고난 구간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았으나 서희건설이 34% 지분을 가지고 있어 추후 영업정지 처분 수위를 두고 법리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업정지 처분 결과는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도 시공사의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고발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법 의무위반 등 형사처벌을 위해 경찰과 노동부에도 조사 결과도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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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락 사조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해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공사 과정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업단계별로 안전 소홀 정황이 파악된 만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터널 공사시 시추조사를 촘촘히 실시하도록 기준을 개정하고 막장 관찰 결과는 고급기술자 이상인 감리자가 확인하는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중앙기둥은 시공단계에서 균열에 대한 정기, 추가 조사를 실시하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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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산선은 2020년 4월 착공한 광역철도 구축 사업이다. 3조3465억 원을 투입해 경기 안산과 시흥시·광명시, 서울 여의도 등 44.7㎞ 구간에 건설된다. 당초 지난해 4월 개통을 목표로 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올해 12월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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