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글로벌 시장, 높아진 생존 문턱[K팝 좌표 바꾼 BTS]
BTS 그 후, K팝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해외 진출, 이젠 선택 아닌 생존
지난해 K팝 음반 수출 4510억 돌파
공연·플랫폼·굿즈 맞물려야 수익
상위권 쏠림·아시아 편중은 숙제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K팝의 좌표를 바꿨다. 이들이 닦은 길 위에서 다른 그룹들은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까. BTS가 한국어와 서사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닿았다고 해서 모든 팀이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 구조와 맞닿은 문제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 K팝의 해외 진출은 취향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확장됐다. 음반·공연·플랫폼 콘텐츠·팬덤 상품이 맞물린 구조에서 해외 수요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됐다.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3억170만달러(약 4540억원)로 처음 3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비중이 컸다. 내수만으로는 산업 성장을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수요가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 하나만으로 아이돌 산업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계는 구조 곳곳에서 드러난다. 음반은 팬덤 중심 소비로 확장성이 제한적이고, 공연은 좌석·일정·가격 제약을 피하기 어렵다. 스트리밍 역시 이용자 규모 대비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해외 투어와 수출, 글로벌 플랫폼 매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다. 데뷔 초기부터 북미·일본·동남아·유럽을 겨냥하는 배경이다. 해외 진출은 선택이라기보다 구조가 요구하는 흐름에 가깝다.
콘텐츠 수출 전반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140억800만달러(약 21조778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음악은 18억달러(약 2조7090억원) 규모로, 게임에 이어 두 번째 축을 담당한다. 음악은 더 이상 부가 산업이 아니라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음악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음반 시장 매출은 317억달러(약 47조7180억원)로 11년 연속 증가했다. 스트리밍이 약 70%를 차지했고, 유료 구독과 실물 음반 매출도 모두 늘었다. LP 판매 증가세도 눈에 띈다.
이 같은 흐름은 K팝의 강점인 팬덤 기반 소비와 실물 음반 전략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시장이 확대되는 동안 K팝은 팬 경험 중심 구조를 앞세워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열린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즐기고 있다.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시장이 커졌다고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글로벌 음반사 관계자는 "BTS가 증명한 것은 '한국어로도 가능하다'는 점이지 '누구나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은 음악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공연 동원력, 플랫폼 노출, 팬 커뮤니티 운영, 기획 상품, 현지 유통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K팝은 결합형 산업 성격이 강하다. 음반·공연·영상·팬덤 상품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수익이 발생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지속이 쉽지 않다. BTS 이후 많은 팀이 해외 시장에 도전했지만, 상위권과 그 외 팀 간 격차가 벌어진 이유다.
지역 편중도 구조적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수출의 약 70%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을수록 규제와 외교 변수에 취약해진다. K팝이 중국 규제와 한한령, 플랫폼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받아온 배경이다. 북미와 유럽 확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분산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수익 구조의 쏠림도 풀어야 할 문제다. 매출은 상위권 팀에 집중되고, 해외 투어 가능 여부에 따라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음반 판매, 플랫폼 노출, 브랜드 협업 역시 일부 팀에 쏠린다. 중소 기획사와 신인 그룹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버티기 어렵다. 산업 성장 이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TS 이후 K팝이 마주한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해외 진출 방식의 혁신이다. 단순한 영어곡이나 현지 방송 출연만으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팀 고유의 서사와 팬덤 운영, 공연 경쟁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둘째, 수익 구조 다변화다. 음반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공연·영상·플랫폼·브랜드 협업을 결합한 구조가 요구된다. 셋째, 시장 분산이다.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외부 변수에 따라 산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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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K팝 산업은 단순 음반 경쟁을 넘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기반 비즈니스로 고도화되는 단계"라며 "팬덤 규모보다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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