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미래에 대한 경고
행정 혁신은 단순 자동화 아닌
지능형 촉매, 조직간 벽 허물기
정책 전 과정 공동책임제 실현

[정책의 맥]연결된 AI, 단절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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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밋 전 구글 CEO가 던진 AI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묵직하다. 그는 AI들이 상호 연결되고 스스로 언어를 만들며 소통하는 협력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경우, 인간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지능을 넘어 서로 결합한 AI 집합체의 힘은 그 규모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 실존적 위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드러난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력하는 AI와 달리 정작 인간 사회의 협력은 왜 이토록 더딘가. '대나무 한 대는 쉽게 꺾이지만, 다발이 되면 부러지지 않는다.' 인류는 오랜 시간, 이 격언처럼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 행정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 당연한 원칙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면, 겉으로는 협업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부처·부서·개인 중심의 분절적 구조가 지배적이다. 협업한다고 임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관 부서 가판을 짜고, 타 부서는 요청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 지원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책문제 정의 단계부터 원인 분석, 해결 방안 도출까지 전 과정을 공동의 책임 아래 수행하는 진정한 협업과는 거리가 있다.


과거에 정부 혁신의 핵심 가치로 협업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칸막이 행정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이유도 분명하다. 협업이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성과는 조직 전체로 분산된다. 협업은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때로는 책임을 흐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제도가 문화를 바꾸지 못할 때 칸막이 행정은 관행으로 굳어져 변화를 가로막는다.

결국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 강력한 촉매가 필요하다. 다행히 그 수단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디지털 기술의 정점에 있는 AI를 행정 전반의 협업 인프라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AI 협업 도구들은 조직 내부의 방대한 문서와 데이터, 업무 맥락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다수의 구성원이 동시에 분석과 기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영국은 험프리(Humphrey)와 같은 공통 AI 시스템을 통해 부처 간 정책 정보를 연결하는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데이터 통합 기반 AI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기관의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분절된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AI는 행정 낭비를 줄이고 정책 충돌을 예방하는 보이지 않는 조정자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에릭 슈밋의 경고가 시사하듯, 연결된 AI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문제는 그 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 힘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정부 조직의 칸막이를 허무는 촉매로 활용할 것인가. AI를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조직간 협업을 설계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바라볼 때 그 잠재력은 현실이 된다. 선택은 정책 입안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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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 숭실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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