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질서 거대 변곡점 될
美 무역법 제301조 공청회
'과잉생산 + 강제노동' 조사
중국산 우회 수출 차단 포석

관세 조치 넘은 '공급망 통제'
국가안보 위협 명분으로 정당화
韓, 시장주도 산업구조 입증해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종전 이후에도 국제 통상 환경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 조사 관련 공청회는 향후 통상 질서의 거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USTR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국(유럽연합 포함)에 대해 과잉생산을, 더욱 넓게는 60개국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라온 '관세왕' 트럼프 흑백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라온 '관세왕' 트럼프 흑백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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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단한 미 대법원 판결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조사 대상이 된 60개 국가는 지난해 상호관세 부과 국가와도 대부분 겹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상호관세 대체 이상의, 지극히 이례적이고 광범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일방적인 관세 부과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면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넘어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De-China)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강제노동과 과잉생산의 결합 : 새로운 통상 프레임


미 행정부는 강제노동을 활용하는 국가들이 저임금 혹은 무임금 노동을 통해 제품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한다고 본다. 60개국에 달하는 광범위한 조사 대상 설정은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인권 문제를 동시에 압박하여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은 이미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을 시행 중이나, 제3국을 거쳐 세탁되어 들어오는 제품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출국에 직접적인 거래 중단 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이다.

특히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이슈의 결합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USTR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강제노동을 방치하는 국가가 저가 제품을 과잉 생산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고 시장을 왜곡한다는 논리적 프레임을 구축했다. 전임인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보호 측면에서 강제노동을 다뤘다면, 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불공정 무역 행위'로 규정하며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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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사회적 덤핑'의 올가미


이러한 공세는 기존 면화나 태양광 패널을 넘어 전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 구리 등 핵심 광물 채굴 과정에서의 노동 환경을 과잉생산 조사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과거 보조금 문제로 접근했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에 대해서도 이제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유로 '사회적 덤핑(Social Dumping)'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 하고 있다.


미국이 정의하는 과잉생산의 개념 또한 변화하고 있다.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수급 불균형이 아닌, '구조적 과잉생산'을 문제 삼는다. 과거 USTR은 무역 흑자 자체를 과잉생산의 증거로 내세웠으나, 이는 경제학적 근거가 빈약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컸다. 이에 미국은 '국가의 개입'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좀비 기업을 연명시켜 해외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 미국 기업의 도산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USTR 대표가 우리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을 과잉생산의 사례로 언급한 일도 있다. 이는 향후 미국의 통상 압박이 단순한 관세 조치를 넘어 상대국의 산업 정책과 공급망 구조 자체를 겨냥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우리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위기를 겪고 있다는 본질적 맥락을 간과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를 우리나라의 문제로 몰아세우는 것은, 우리나라가 중국산 중간재를 사용하거나 중국과 유사한 '정부 주도형' 지원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제301조 적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공급망 통제


미국은 제301조 조사를 통해 과잉생산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사법부의 개입이 어려운 무역확장법 제232조(안보 위협)를 광범위한 품목에 적용할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다. 과잉생산이라는 꼬리표는 실질적으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를 정당화하는 변형된 계산법으로 작동하게 된다.


제301조 조사 대상국들은 과잉생산·강제노동 문제없이 상호관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참에 공급망 내 원가 구조를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출국이 강제노동과 무관함을 입증하는 책임을 부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많은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나아가 그리어 USTR 대표는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뿐만 아니라 전기료 혜택, 저리 융자, 노동 착취 등을 모두 '숨은 보조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정책의 무게중심이 '시장 접근'에서 '공급망 통제'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의 대응 : 시장 주도형 구조의 입증


이러한 거센 파고 속에서 우리의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비관세장벽 대부분은 해소됐다. 또한 지난해 상호관세 협상의 기본 틀에도 합의했고 현재 양국 간에는 구글 지도 등 몇 가지 세부 사항에 대해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제301조 조사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첨단 제조업 지원 정책이나 대미 무역 흑자, 중국 공급망과의 연계성을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국가 주도가 아닌 철저한 시장 주도형임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물량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와 수익성에 근거해 가동률을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역시 정부의 강요가 아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전략적 선택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의 논리적 공세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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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의 트레이드 오프]미국의 무역법 조사, 그 끝이 비추는 것은… 원본보기 아이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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