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보이지 않는 혁신…스테이블코인, 결제 '뒷단'부터 바꾼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 인터뷰
스테이블코인, 핵심은 '비용 절감'
"임계점 지나는 순간 급격히 확산할 것"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결제 비용'에 있습니다.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여도 보이지 않는 뒷단에서 비용이 낮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입니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지난달 3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가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토스인사이트는 핀테크(금융+기술)를 중심으로 금융 정책과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설립한 금융경영연구소다. 토스는 지난해 홍 소장을 초대 연구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무 전문가로, 현재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홍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나 투자 대상이 아닌, 결제와 정산 구조 전반의 비용을 낮추는 '인프라의 변화'로 정의했다. 그는 "거래 비용이 낮아지는 방향성에는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그 방식이 스테이블코인이 될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나 토큰화자산(RWA)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떤 주체가 이 인프라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이 같은 변화가 일반 대중에게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사용자가 느끼는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결제의 '뒷단'에서 비용이 낮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이라며 "이는 결제 인프라의 효율성 증가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홍 소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달러"라며 "달러를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일부 국가에서는 사실상 달러 대체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홍 소장은 짚었다. 그는 "원화는 해외에서 수요가 제한적인 통화"라며 "우리 물건을 사는 경우에도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원화를 확보할 필요가 거의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확산보다는 국내 결제 시스템 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또 홍 소장은 "한국은 이미 신용카드 중심으로 결제 시스템이 매우 잘 발달해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기존 시스템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결제 수수료 하락 가능성 등 지급결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그 영향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 소장은 "카드사들도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는 있다"며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은 예상하면서도 사업 구조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그리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카드사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기존 사업 모델의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 페이 사업자, 플랫폼 간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 확산, '임계점'이 다가온다
홍 소장은 최근 주목받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에 대해 "예를 들어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정부 지원금이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되도록 자동 설정할 수 있다"며 "사용자는 결제 시점에 별도 확인 없이 사용 가능 여부를 즉시 알 수 있어 불편과 비용이 줄어든다"고 했다. 아울러 "보험 및 자동 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그래머블 머니나 스마트컨트랙트는 아직 인간의 직관을 완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정산 역시 비용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스테이블코인 기술의 사회적 수용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기술과 규제, 사회적 인식이 맞물리면서 서서히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다가 일정한 임계점을 넘으면 인터넷·철도처럼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두고 초기에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급속히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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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홍 소장은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선택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변화의 촉매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과 사용자 행동이다. 결국 시장을 바꾸는 건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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