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당 독점의 폐해, 대구만의 문제 아니다
1당 및 양당 독점구조 강고
경쟁 막는 제도적 기반 혁파해야
"한 정당이 독식하며 경쟁이 사라졌고 정치를 망가뜨렸다. 결국 경쟁이 사라진 정치가 대구를 쇠퇴시켰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경쟁이 사라진 독식 정치는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의 1당 독식 구조는 훨씬 강고하다. 양당 독점체제인 중앙정치도 비슷하다. 요즘은 민주당 1당의 패권 체제나 다름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역별로 정치지형이 다르고 6·3 지방선거의 기세도 정당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경쟁적 정당민주주의를 실종시킨 독점체제의 폐해는 같다.
우리나라 정당의 지역별 구조는 정당정치가 본격화된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까지 소급할 수 있다. 특히 1990년 3당 합당과 더불어 오늘날의 지역별 정당구도 전형이 만들어졌다. 영남은 민주화 이전까지 우리 정치 주도세력의 연고 지역이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의 핵심 기반이 된다. 호남과 민주당의 관계는 1980년대 민주화의 동력이 '광주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역사적 유산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로 이어진다.
정치세력과 유권자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재편성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3당 합당 이래 구축된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구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극화된 지역 독점 구조는 우리 정치의 개혁 과제이자 국민 통합의 해법으로 늘 제기돼 온 이른바 '지역주의' 문제다. 근래에는 이 문제가 별로 거론되진 않는다. 지역주의 구도의 한 축인 호남의 정치적 구심점이 사라진 여파도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여전히 호남이지만 노무현, 안철수, 문재인, 조국, 이재명 등 호남 지지로 성장한 유력 정치인은 오히려 영남 출신이다. 이를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식민화'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1당 독점 구조는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당 독점 특권 구조가 지역별 정치적 유산과 결합한 결과다. 재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있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영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등장한 '자유민주연합', 2016년 20대 총선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양당 특권 구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며 다시 거대 양당 구조로 회귀했다.
정당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신뢰를 받은 정당이 성공하고, 실패한 정당은 퇴출되며, 그 자리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민주적 역동성을 토대로 둔다. 하지만 현재 우리 선거법, 정당법은 기성 거대 정당에 여러 특혜를 주며 양당 독점체제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중앙의 양당 독점체제는 지역주의와 결합해 지역별 1당 독점체제를 만든다. 양당 독점의 폐해가 곧 지역별 1당 독점의 폐해인 이유다.
정당 경쟁의 민주적 역동성이 사라지면 기성 정당이 특권적 카르텔이 되고 정치인도 카르텔 조직원으로 전락한다. 김 전 총리는 정치의 저질화가 결국 지역의 쇠퇴를 초래했다고 본 것이다. 호남, 광주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온다. 민주화운동을 자산으로 내세우는 호남의 1당 독점 정치는 '과연 민주적인가'라는 의문도 있다. 지역별 정치성향은 그들의 선택이다. 다만 경쟁을 가로막는 반민주적 독점체제의 제도적 기반은 혁파돼야 한다. 6·3 지방선거에서 독점 정당들의 지지 상황, 후보들의 개인 역량에 따라 지역별 독점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 정당에 특혜를 주면서 공정 경쟁을 가로막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50조 기호순번제를 폐지하는 등의 제도 개혁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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