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국가안보위, 관리안 승인
이란 제재국 선박 제한·보안 강화 담겨
말레이시아는 '예외조치' 적용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받겠다는 이란 측 구상이 현실화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등 친(親)이란 국가들에는 이를 면제해주는 예외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됐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3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관리안을 승인했다. 이는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 삼아 선박들에 통행료를 거두겠다는 심산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표기된 지도.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표기된 지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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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안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방안과 함께 이란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는 국가 선박의 접근을 제한하고 해협 내 보안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통행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통행료는 이란 화폐인 리알화로 징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이란은 중국·인도 등 일부 우호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면서 위안화로 약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는 모든 선박에서 자국 통화로 통행료를 걷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은 막대한 부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만약 이란이 선박당 200만달러 선의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연간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 수입이 예상된다고 이란 파스님 통신은 추산했다.

적용 대상국은 명확지 않다. 다만 말레이시아가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서니 로크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선박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행세 부과가 국제해협 통과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봉쇄에 준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 메르콜리아노 노스캐롤라이나 캠벨대 해양사학자는 AP통신에 "국제법 어디에도 통행료 징수 체계를 만들어 선박을 압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 자셈 알부다이위 역시 이란의 통행료 징수가 "공격 행위이자 유엔 해양법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이란의 접근 방식은 국제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지만, 동시에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활용해 사실상의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명시적인 봉쇄보다는 법적 회색지대를 활용한 방식"이라고 짚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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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당사국인 미국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대가로 통행세를 거두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주요 7개국(G7) 회의가 끝난 후 이란 측 통행세 구상을 두고 "불법적"이며 "세계에 위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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