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흔들리는 환율…3월 평균 1490원 넘어
직격탄 맞은 '원화 가치'…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 하락

외생 변수에 외국인 자금 유출, '에너지 취약국' 평가
이란 전쟁 양상에 크게 흔들리는 변동성 장세 지속

금융위기 아니라지만…한 치 앞도 예측 어려워
관건은 '시장과의 괴리, 쏠림'…환율안정법·WGBI 효과 주목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 단숨에 1460원대로 오르더니 최근에는 1500원을 웃도는 고(高)환율 흐름이 5일째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3월 평균 환율값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과 이란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율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고환율 양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에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유가 충격을 크게 받는 한국의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외환당국은 지금의 상황이 고착화돼 주요국과의 괴리가 커지고, 일방향 쏠림이 강화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3월 평균 환율 1500원 육박…주요국 대비 '원화 가치' 하락 속도 가팔라

코스피 지수가 종전 기대감에 5%대 급등 출발하며 장 초반 매수사이드카가 발동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거래를 시작 했다. 2026.4.1 강진형 기자

코스피 지수가 종전 기대감에 5%대 급등 출발하며 장 초반 매수사이드카가 발동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거래를 시작 했다. 2026.4.1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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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3월 평균 1492.5원으로 집계됐다. 2월 평균 1448.38원에서 한 달 만에 44.12원이 올랐다. 월평균 기준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8년 3월(1488.87원)을 넘어서며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1997~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4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기고, 오름폭도 키운 결과다. 3월의 마지막 날인 전날 환율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8.5원에 문을 열며 레벨을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2~3주 내 끝내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종전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긴장감을 높였던 것과 대조된다. 이처럼 외환시장은 현재 미국과 이란의 전쟁 양상에 크게 흔들리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생 변수는 글로벌 공통의 현상이다. 이날 환율이 하락하며 지난달 24일 이후 지속된 쏠림 우려는 일단 안심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요국 대비로도 가파르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쟁 전인 지난 2월 27일과 비교해 6.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선진국은 물론 원화와의 동조성이 강한 일본(2.49%), 경제구조가 유사한 대만(-2.53%) 비교해도 상승 폭이 컸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가 지난 한 달간 2.97% 오른 것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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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을 두고 수급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한 것이 직접적인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5조747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1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유출이다. 2월 규모(-21조601억원)와 비교해도 이탈 규모가 컸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이는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이런 흐름은 국내 주식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에 최근 주가가 조정받으며 그간 높아진 국내 주식자금 비중을 낮추려는 일종의 '원화 리밸런싱'이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 확산이라는 대외 변수로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손 부담이 커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 구조도 우리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외국인 주식자금이 나가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는 환율 상승 압력을 자극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여기에 중동 상황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같이 맞물리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압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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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흐름과의 괴리, 쏠림' 가장 경계…환율안정법·WGBI 효과에 주목

외환당국이 경계하는 것은 환율 레벨 자체보다는 방향성이다. 원화 가치가 달러 가치, 주요국 통화와 괴리돼 과도하게 절하되거나 환율 상승 쏠림이 뚜렷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부터 지속된 상승 흐름을 제한하며 '쏠림' 우려를 일단 덜었다. 중동 전쟁의 긴장감이 이대로 완화된다면 원·달러 환율 흐름도 진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국회에서 통과한 환율안정법과 이달부터 시작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주목된다. 국회는 전날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환율 안정 3법을 통과시켰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자금을 국내 주식으로 유인하는 '국내시장복귀계좌(RIA), 환헤지 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공제 제도 신설 등이 골자다. WGBI 편입이 이달 본격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매입으로 달러가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환율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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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국장은 "WGBI 효과는 스와프해서 들어오느냐, 현물환을 팔고 들어오느냐에 따라 영향 강도는 다르지만 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RIA가 이제 막 출시돼 작동하기 시작하고, 환헤지 관련 상품도 개선되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움직임도 달라져 수급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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