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 인터뷰
"해외입양, 단계적 중단이 아닌 즉각 중단"
"입양 자체가 가족 해체… 아동 인권 후진국"
출생기록 접근… "정보공개를 대원칙으로"

"정부가 2029년을 목표로 '해외입양 제로(0)'를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과 보호 근거가 유지되는 한 해외입양은 계속될 것입니다."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은 해외입양을 여전히 아동복지로 받아들이는 사회 인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국적'보다 '가정'이 중요하다는 논리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입양은 원가족과의 분리이고 아이들이 정체성과 뿌리를 상실하는 행위라는 게 그의 얘기다.

해외입양인들의 권익 보호와 해외입양 중단을 위해 오랜 기간 목소리를 낸 그를 지난달 23일 서울시내에서 만났다. 그는 해외입양의 단계적 중단이 아닌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지금의 정부가 2029년을 목표로 해외입양 제로(0)를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과 보호 근거가 유지되는 한 해외입양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꼬집었다. 수십년간 해외입양이 방치된 이유를 '해외입양의 수익구조'에서 찾았다. 과거 해외입양은 외화 확보와 요보호아동 돌봄에 투입될 국가 예산까지 절감하는 효자 정책이었다. 권 소장은 이 수익구조를 기반으로 했던 정부 간 해외입양 협력 체계가 남았다고 봤다.

권 소장은 2008년부터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2024년부터는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를 이끌며 입양 단절과 미혼모에 대한 인권 신장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외입양의 단절은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서 시작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권 소장과의 일문일답.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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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은 왜 지속됐나.

▲해외입양에서는 공급보다 수요가 언제나 많았는데, 한국 정부가 아동의 복지보다 수령국의 입양 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왔기 때문이다. 수익구조도 문제였다. 1972년 해외입양 수수료는 600달러에 달했다. 당시 한국의 국민총생산(GNP) 1인당 규모가 320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당시의 정부 간 협력 체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도 해외입양 1건당 수수료는 3만~5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해외입양을 중단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지만 북미 국가를 중심으로 여전히 많은 해외입양 수요가 있다.


-입양아의 사망이나 파양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왜 가능했나.

▲정부가 기관의 사후 보고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입양기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익 창출 구조로 인해 정부의 민간 입양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무력화된 점 역시 통계 누락 문제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입양기관의 운영과 재정이 입양 규모와 연결돼 있어 부정적인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난해에도 24명을 해외로 보냈다.

▲미국이 여전히 많은 해외입양 아동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2년에만 1500명의 해외 아동을 입양했다. 미국 내 일부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들이 입양을 선교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문화와도 일정한 관련이 있다.


국내 요보호 아동 역시 늘어났다.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친권이 포기된 아동이 107명에 이른다. 이중 일부가 해외입양 대상 아동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입양을 국내입양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아동복지로 이해하는 시민 의식도 문제다. 입양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이 해외입양을 중단한 이유는 뭔가.

▲유럽 각국에 입양된 해외입양인들이 출생기록과 입양 서류의 불일치, 아동 납치나 강제 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네덜란드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한국, 브라질,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뤄진 과거 해외입양에서 서류 조작, 부모 부동의 문제, 신원 기록 오류 사실을 확인했다. 네덜란드는 2021년 해외입양을 전면 중단했고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입양 위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가족이 아닌가.

▲가족 해체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논리다. 아동에게 '가족'이 중요하다면 국가와 사회가 원가족이 아동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정책적 개입이나 정서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지는 않고 아동만 분리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복지 후진국이자 아동 인권 후진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입양인의 뿌리에 대한 알 권리 요구가 늘고 있다.

▲영국, 호주, 일부 미국 주 등에서는 성인이 된 입양인이 일정한 절차를 통해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 자신의 출생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인과 아동의 권리가 충돌할 때 아동의 권리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975년 아동법에 18세가 된 성인 입양인의 출생정보 접근권을 인정했다,


-친부모의 개인정보 보호 요구도 있는데.

▲원가족과의 분리는 아동의 책임이 아니다. 영국의 경우, 친생부모는 입양 자녀로부터의 연락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 의사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입양 자녀 역시 친생부모의 연락을 원하지 않을 경우 그 의사를 등록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공개를 대원칙으로 하되 이익형량에 따라 세부적인 사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대안으로 보면 안되나.

▲국내입양은 해외입양의 대안이 아니다. 입양은 원가족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조치다. '국내입양 활성화'나 '입양 촉진'과 같은 표현은 아동을 잃게 되는 원가족이나, 원가족과 분리되는 아동의 권리 침해를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은 용어다. 국내입양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더 윤리적이고 원가족과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입양은 대안이 될 수 있나.

▲입양의 긍정적인 측면을 유지하려면 개방입양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현재 해외에서 이뤄지는 입양은 대부분이 입양 후에도 친부모와 연락이 가능한 개방입양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비밀이 보장돼야 하고 아이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입양 형식으로는 피해자가 반복해 나올 수밖에 없다. 개방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개방입양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도 갈등을 줄인다.


-미혼모들의 아이들이 국내외 입양 대상이 되고 있는데.

▲미혼모만으로 단순화할 수 없고 미혼모를 포함한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모가 양육을 선택하든 보호출산을 선택하든 선택과 무관하게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지원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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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의 과거사를 조사 중이다.

▲직전 2기 진화위 활동을 통해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 부실이 인정됐지만 국가의 공식적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적 조치, 실질적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해 사실 규명에 있어서 지나치게 증거 중심의 입증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외입양을 개인이 증명해야 할 사적 피해가 아니라, 국가의 관리 부실과 정책 실패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집단적인 사건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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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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