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 갖겠다" 한국까지…"美 못 믿어" 세계에 퍼진 '위험한 학습효과'
이란 전쟁에 미국 동맹 신뢰 '흔들'
"자체 핵 억지력 개발에 나설 수도"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안보 능력과 동맹 방어 의지에 대한 불신이 번지면서 동맹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자체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각국이 '핵 도미노'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가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구조적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 사이에서 자체 핵 억지력 확보 논의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이 지켜줄까?"…동맹국 신뢰 '흔들'
보고서는 핵심 변수로 미국의 핵 확장 억지 신뢰도를 지목했다. 그동안 핵우산에 의존해온 동맹국들 사이에 미국이 유사시 즉각적인 방어에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채텀하우스는 미국이 최근 경북 성주에 배치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사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재배치 보도는 미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 보장보다 중동 문제를 우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국이 다른 문제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동맹국들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동맹국들이 자체적인 핵 억지력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韓·日 핵무장론 재점화 가능성
이 같은 불안은 동아시아에서 특히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중국의 핵전력 확대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응 여력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지면서 두 나라 내부에서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보고서는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수년간 핵무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며 "안보 환경 변화가 여론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위험한 교훈
채텀하우스는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핵을 보유한 국가는 외부 공격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이후 침공을 받은 사례와 대량 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던 이라크·리비아가 군사 공격 대상이 된 점을 언급했다. 반면 북한은 핵무장을 달성한 이후 외부 군사 개입을 피하고 있다는 점도 비교 사례로 제시됐다. 여기에 이란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협상이나 비핵화가 반드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까지 번지는 '안보 불안'
이 같은 흐름은 유럽에서도 감지된다. 나토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고 유럽의 방위비 분담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 없는 안보'가 현실적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접경한 폴란드에서는 핵확산 금지 체제 이탈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미국이 빠질 경우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의 제한된 핵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핵무장이 결코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핵 개발은 국제 제재, 금융망 차단, 외교적 고립은 물론 개발 과정에서 선제 타격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위험 선택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국가를 더 큰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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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도미노 막을 마지막 변수는 '미국'
결국 핵확산 압력을 억제할 수 있는 핵심 변수는 미국의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동맹국들이 실제로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군사 배치, 연합훈련, 방위 공약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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