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시흥 골목으로 몰리나?
스페인 주점부터 LP 음악감상실까지
시흥 브랜드 만드는 ‘힙’한 상점 3곳
정책보다 강한 ‘상점 하나’의 힘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
로컬 브랜딩으로 골목문화 꽃피우다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미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슐랭 가이드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듯, 이제는 잘 만든 정책 하나보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상점 하나가 도시의 브랜드를 결정짓는 시대다. 대전의 성심당이 연간 10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지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명 '빵지순례' 열풍으로 인근 식당, 카페, 숙박업소 등 연계 소비도 일어나고 있다. 리단길로 불리는 상권들 역시 그 중심에는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있다.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 샵부터 작고 예쁜 카페, 식당들이 방문객을 끌어모으는데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스페인삼촌에서 열리는 기타 공연. 시흥시 제공

스페인삼촌에서 열리는 기타 공연. 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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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기도 시흥시에 따르면 대야동과 하중동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작은 상점들이 모여 새로운 '골목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독특한 문화로, 때로는 전문성으로, 주민의 사랑방이자 방문객의 쉼터로 역할 하는 작은 상점들. 이들이 만드는 골목 문화는 시흥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골목을 힙하게, 도시를 빛나게 만드는 시흥시의 작고 특별한 상점들이 있다.

대야동 골목서 만나는 작은 스페인 '스페인삼촌'

시흥시 대야동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국적인 주황색 조명이 눈에 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스페인삼촌'(경기 시흥시 뱀내장터로)은 와인과 스페인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이다. 8년간 스페인에서 축제와 문화를 공부한 주인장 '후니오'가 현지의 '따블라오(Tablao, 공연이 있는 펍)' 문화를 한국식으로 풀어냈다.

이곳에서는 와인을 마시며 기타 공연을 관람하거나, 함께 모여 뜨개질을 하는 등 정형화되지 않은 일상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후니오 주인장은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로컬 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스페인삼촌에서는 무엇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공간은 색을 바꾼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나눈다. 한쪽에서는 기타공연이 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이브페인팅이 펼쳐진다. 그냥 앉아서 뜨개질하거나 사람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도 된다.

스페인삼촌 전경. 주황색등이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시흥시 제공

스페인삼촌 전경. 주황색등이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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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대야동에 자리를 잡은 것 역시 주인장이 추구하는 '문화복합공간'이라는 콘셉트와 잘 맞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이 오가고, 생활의 리듬이 살아있는 동네, 이곳에서 스페인의 문화를 풀어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곳 스페인삼촌을 거쳐 갔지만 특히 작년 연말에 진행한 '뜨개하는 밤'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여러 명이 각자 자리에서 뜨개질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그 고요하고도 시끄러운, 함께이기도 독립적이기도 한 시간이 이곳 스페인삼촌을 가장 잘 보여준다.


스페인삼촌의 올해 목표는 대야동 사람들이 함께하는 작은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로컬 페스티벌을 구상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스페인에서 느꼈던 문화의 방식들을 대야동의 색깔로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스페인삼촌은 오늘도 대야동의 밤을 밝히고 있다.

서지연로스터리. 시흥시 제공

서지연로스터리. 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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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로스터의 이야기 '서지연로스터리'

서지연로스터리(경기 시흥시 하중로)는 그야말로 커피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15년째 커피를 볶아온 서지연 로스터의 손을 통해 태어나는 원두의 향기에 이끌려 들어서면 감성 가득한 공간이 눈에 담긴다.


이곳에서는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 브루잉 등 커피에 관한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호주 골든빈 어워드 여러 차례 입상, 커피 분야의 한국대표 선발전, 코리아 부르어스컵 챔피언쉽 2025에서 3위를 차지한 경력만큼 탄탄한 기본기에 서지연로스터의 감성이 더해져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CA 큐그레이더 자격을 준비하며 서지연로스터는 '커핑'을 통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원두 본연의 개성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풍미와 산미, 바디감, 밸런스 등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연로스터가 커핑하는 모습. 시흥시 제공

서지연로스터가 커핑하는 모습. 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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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선율이 주는 완벽한 휴식, '음악감상실 온'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대야동의 '음악감상실 온'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고성능 음향 시스템은 음악 애호가였던 주인장의 오랜 소장품들로 꾸려졌다. 신청곡을 적어 내면 공간 전체를 울리는 아날로그 사운드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처음 '온'의 문을 열 때 LP문화에 익숙한 40~50대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20~30대가 이곳을 더 많이 찾는다고. 그래서 최대한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무료, 중·고등학생은 입장료의 반값인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시흥시의 이러한 작은 상점들은 지역 주민에게는 따뜻한 '사랑방'이 되고, 외부 방문객에게는 시흥을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줄 수 없는 주인장의 개성과 전문성이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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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관계자는 "독특한 문화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모여 시흥의 골목을 밝게 빛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로컬 상점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골목 생태계 조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시흥=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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