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으론 6만가구뿐…민간 90% 멈추면 서울 주택난 못 푼다"[부동산AtoZ]
국회 '주택공급 활성화' 토론회
이재명 정부가 공공 주도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전체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정부의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는 공공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공공만으로는 물량을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권영진·염태영·안태준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리츠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서울 주택공급의 90% 이상이 민간에서 이뤄진다"며 "서울 주택 부족분이 25만가구에 달하지만 공공 대책은 6만가구에 그친다"고 했다. 이어 "서울 정비사업 456곳이 성공하면 순증 물량만 약 10만가구로 공공 대책보다 많다"고 했다. 조민우 국토교통부 주택정비정책과장 역시 "공공 정비사업 비중은 전체의 4%에 불과하고 나머지 97%가 민간 영역"이라며 "공공 정비사업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민간 활성화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상무는 "정비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성"이라며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정책은 나왔지만 사업성 개선을 위한 법안은 아직 없다"고 했다. 기부채납 세부 기준이 없어 지자체마다 조례로 제각각 운영되고, 정비사업으로 짓는 임대주택의 매입가격도 현실에 비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이란 전쟁 여파로 자재 수급까지 불안해지면서 코로나 때와 같은 공사비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도 했다. 조민우 과장은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법안화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이창무 한양대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세 품귀와 월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등록 민간임대 역할을 다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전세사기 이후 제도권 임대 수요는 늘었으나 등록 민간임대 재고는 매해 줄고 있다"며 "공공임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 강화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가입 요건이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과거 법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사고율은 0.3~0.4%에 불과했는데 일반 매입임대 사업자와 똑같은 보증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기존보다 20~30%까지 떨어진 가격을 인정받다 보니 사업자들이 차액을 반환하거나 현금을 예치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기업회생 신청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임계점에 도달한 사업장들이 대기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조성태 국토부 민간임대정책과장은 "조만간 임대보증금 보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2025년 주거종합계획'에서 등록임대 사업자의 임대보증 가입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 산정 방식 개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건립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이 가능한 주거용 오피스텔 등 대체 주택에 대한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분양전환 과정에서 가격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마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는 청중석에서 "정작 예민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 빠졌다"는 항의가 나오며 한때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30여년간 도시개발사업을 해왔다는 한 사업자는 마이크를 잡고 "3000억원을 들여 임대주택을 지었는데 10년 동안 회수하는 비용은 1500억원뿐"이라며 "자본 회수가 안 되는 구조에서 민간 임대 활성화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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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청중은 "전문가들끼리만 얘기하고 끝내느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복기왕 의원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복 의원은 "국토부가 예민한 주제들은 슬그머니 피하고 벙벙하게 말씀하셨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어야 했다"며 "향후 주요 쟁점들을 좁혀 추가 토론회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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