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양 대기아동 年평균 300명…'해외입양 0명' 해법은[잊힌 아이들]⑩
해외만큼 국내입양도 줄어
10명 중 8명 입양 "긍정"이라지만
입양자녀·가정에는 부정적 평가
입양 결심해도 수용 범위 한계
원가정보호·가정위탁 등 설계 필요
<편집자주> 해외입양의 역사는 70여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쟁 직후 고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해외입양은 복지 예산을 아끼고 외화까지 벌어다 준다는 인식 아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로 입양된 이들의 삶과 권리는 방치됐다. 해외입양과 관련한 수십 년의 기록에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그 구조적 무관심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입양인 200여명이 국가에 전하는 목소리를 통해서는 해외입양의 문제점과 과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시아경제가 해외입양의 실상을 깊이 있게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해외입양의 상처를 되짚는 일은 국가와 입양기관의 잘못을 고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다. 더 이상 아이를 해외로 보내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미혼모·한부모 지원 등을 통해 원가정 보호를 최대한 강화하고, 불가피하게 분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친인척·조부모 위탁과 일반 가정위탁, 국내입양까지 아우르는 '가정 기반 보호' 체계를 촘촘히 갖춰야 한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선택지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해외입양 제로(0)'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라는 뜻이다. 이 중 국내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영구적인 가정'을 만들어주는 핵심축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입양의 현주소를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10년 새 해외입양은 93.6%, 국내입양은 83.2% 줄었다. 해외입양이 줄어드는 동안 국내입양과 가정위탁 등 국내 보호 체계의 수용력까지 함께 위축된 것이다. 반면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은 매년 수백명에 달한다.
3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1958년부터 공식 집계한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외 입양자 수는 총 25만539명이다. 이 중 해외입양은 16만8588명(67.3%), 국내입양은 8만1951명(32.7%)으로, 해외입양이 국내입양의 두 배를 넘는다.
매번 해외입양 비중에 못미쳤던 국내입양은 2011~2020년 60.4%(해외입양 4400명, 국내입양 6715명)를 차지하며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흐름이 뚜렷한 추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21년 54.5%, 2022년 56.2%로 다시 낮아졌다. 지난해 정부가 '2029년 해외입양 0명'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국내입양 비중은 82.7%까지 올랐다. 다만 이는 해외입양 급감에 따른 상대적 증가일 뿐, 절대 규모 자체가 커졌다고 보긴 어렵다. 일시적 수치 변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아동 보호·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54명 대기하는데 국내입양은 181명뿐
전문가들은 입양이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맞게 운영되려면 과거처럼 제도 미비를 이유로 해외입양에 의존하던 구조를 끊고, 원가정 보호·가정위탁·국내입양이 함께 작동하는 국내 보호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입양이 사실상 중단되면 입양 통계상 국내입양 비중은 자연스레 100%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실제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충분히 품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입양대기아동은 매년 200~300명씩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입양 절대 규모는 점점 줄어들어 수용력에 한계가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양을 기다리는 '입양대기아동'은 연평균 35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541명, 2021년 433명, 2022년 343명, 2023년 332명, 2024년 210명, 지난해 265명 등이었다. 국내입양 아동 수는 2020년 260명(해외 232명), 2021년 226명(189명), 2022년 182명(142명), 2023년 150명(79명), 2024년 154명(58명), 지난해 115명(24명)으로, 연평균 181명에 그쳤다.
올 2월 기준 입양대기아동은 276명이다. 최근 추세대로 올해 국내입양이 100명대 초반에 그칠 경우, 입양대기아동 중 새 가정을 찾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입양 감소에 맞춰 국내 보호체계의 수용력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한 채, 국내입양 규모마저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다. 김 의원은 "결국 해외입양이 감소한 만큼, 국내에서 입양이 필요한 아동을 얼마나 책임있게 품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국내 입양·위탁·원가정 지원을 아우르는 보호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입양은 왜 늘지 않나
전문가들은 한 명의 종사자가 여러 아동을 돌보는 시설보다 개별적 돌봄이 가능한 가정이 아동 보호에 더 적합한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국내입양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입양을 바라보는 사회적 수용성은 충분하지 않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입양실태조사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79.6%)은 입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작 입양자녀·가정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이(42.6%)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연 위주의 가족 제도 때문이라는 응답(39.4%)이 가장 많았다.
입양을 결심한 예비입양부모의 수용범위도 한계로 지적된다. 입양결정아동 10명 중 9명(97.3%)은 '5세 미만'이었다. 아동보호체계 및 입양체계의 공공화가 본격화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아동보호서비스 접수상담에 등록된 아동전수자료(행복e음 보호대상아동 DB)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다. 연령별로는 '0~1세' 19.4%, '2~5세' 77.9%였다. 반면 6~11세는 2.6%, 12세 이상은 0.1%에 그쳤다. 국내입양이 영유아·학령전기 아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은 아동일수록 새 가정을 만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구조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이 꼽은 국내입양 활성화 저해 요인 1순위로도 '신생아 중심의 입양문화'(56.6%)가 꼽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입양대상아동 276명 중 '1세 미만'은 104명(38%), '1~3세' 41명(15%), '3세 이상'은 131명(47%)이다. 예비입양부모들이 특히 선호하는 연령대가 0~1세이고 국내입양이 100명 초반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3세 이상 아동 131명은 입양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조사에서 예비입양부모가 희망하는 아동의 연령대는 '1세 미만'(54.4%)에 몰려 있었다. 3세 이상만 되어도 13.8%로 뚝 떨어졌고, 초등과 중·고등학생은 모두 0%였다. '상관없다'는 4.4%에 그쳤다.
입양 신청 단계에서 예비양부모가 아동 조건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장애가 있는 아동보다 비장애 아동을 선호하는 경향도 감지된다. 입양결정아동 중 중증 장애·질환이 있는 비율(3.9%)은 비입양아동(10.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입양 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의학적 상태가 사실상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입양홍보회 관계자는 "모든 아동은 나이, 성별, 질병유무에 상관없이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길 원한다"며 "하지만 치료 가능한 질환조차 입양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어 예비입양부모들의 수용범위가 좀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원가정 보호부터 위탁까지 촘촘해야
'해외입양 0명'은 '국내 모든 아동을 품을 수 있는 보호체계가 마련됐는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때 가능하다. 원가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입양이 어려운 아동까지 품을 수 있도록 친인척·조부모 위탁과 일반 가정위탁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 안정적 영구보호의 한 축으로 국내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박형선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입양 활성화는 중요한 축이지만, 중증 장애·질환이 있거나 연령이 높은 아동처럼 국내입양으로 곧바로 연결되기 어려운 보호대상아동도 적지 않다"며 "국내입양만큼 가정위탁을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여러 나라처럼 가정위탁과 입양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계해 위탁이 장기 보호나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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