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수급 공포 사재기 반복
구매제한·끼워팔기에 취약계층 난색
절대적 부족 아닌 이기심이 만든 혼란
지난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틀간 열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 역봉쇄'를 선언했고 이란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한 영향은 점점 우리 생활 현장에서의 불편을 커지게 만든다.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된 것은 종량제 봉투다. 정부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의 모습은 다르다.
최근 이사 후 종량제 봉투를 사러 갔을 때의 일이다. 처음 들른 편의점은 1인당 1개씩만 판매했다. 수량이 모자라 총 4곳을 돌았는데 그 중 어느 편의점에서는 상품을 구매해야만 종량제 봉투 1개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어이가 없어 되묻자 "(점주가) 물건을 사는 손님에게만 판매하라고 해서요"라는 답이 왔다. 전형적인 '끼워팔기'였다. 알바생한테 뭐라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냥 음료수 등을 구매하고 종량제 봉투를 샀지만 돌아가는 내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사 후배는 마트를 갔을 때 일을 들려줬다. 지팡이를 2개나 짚은 노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러 왔는데 상품을 사야만 판매할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했다. 결국 그 노인은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통상 마트에서 장바구니가 없을 때 손잡이가 달린 종량제 봉투를 사서 구매한 물건을 담아오곤 한다. 하지만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 때 종량제 봉투를 살 수 없다는 법은 없다.
점주 입장에서는 종량제 봉투는 수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종의 서비스 판매라는 점을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도 물량 수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 또 이 같은 '얌체' 판매는 소비자들의 사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도 늘어놓을 수 있다. 정부에서 이미 종량제 봉투 재고가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사재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누군가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허위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엄단을 요구했다. 그는 "최초로 이런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의 위기 극복을 방해하는 행위라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나만 아니면 돼'와 '매상이 우선'이라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두 이기심이 이번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의 혼란은 절대적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이 만든 과열 상태라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런 상황을 틈타 장삿속을 챙기려는 심보는 고약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대란을 틈타 장삿속을 챙기는 곳은 지난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기름을 넣어야 요소수를 살 수 있도록 하거나 평소보다 수배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있었지만,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사태가 지나가고 과연 그 주유소의 손님은 늘었을까.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 주문하면 4~5년 뒤에나 받는다…"그 공장 첫 ...
흔히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한다. 하지만 전제는 위기 속에서 개혁이나 혁신 같은 적극적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 속 얌체 짓은 오히려 고객이 그 매장을 거부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다른 상품을 구매해야만 종량제 봉투를 판매한다던 그 매장을 다시 찾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데도 힘들게 오신 어르신에게 1장도 판매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건 너무한 것 아니었나. 본인 가족한테도 그럴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