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채안펀드 아직 17조원 남아…"유동성 여력 충분"
기업어음(CP)·회사채 매입 물론
HUG·HF 통한 보증 지원도 가능
PF-ABCP 매입 '총동원 카드' 대기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 흔들릴 때
당국은 어떻게 시장 안정시켰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대응 여력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약 17조원이 남아 있고,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30조원 이상의 유동성 대응 여력이 확보된 상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된 채안펀드에 약 17조원의 자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약 30조원 규모로,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한 규모로 보인다. 채안펀드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장치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83개 금융회사가 출자 약정을 맺고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용된다.
당국은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채안펀드의 최대 운용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확대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단계다. 회사채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시장 기능이 훼손된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채안펀드와 함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대응 여력을 점검하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도 두 프로그램이 함께 동원돼 회사채와 단기 자금 시장의 불안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다. 채안펀드가 민간 금융회사 중심의 시장 안전장치라면,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은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정책성 유동성 공급 수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은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운영된다.
당국은 시장 불안이 전면화할 경우 과거 위기 국면에서 가동했던 정책 수단을 단계적으로 꺼내 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까지 불안이 번질 경우에는 보증 지원 카드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각각 5조원씩, 총 10조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서며 우량 PF 사업장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했다. 당시에는 PF 시장 전반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정상 사업장까지 차환에 어려움을 겪자 정책 보증으로 자금 흐름을 떠받쳤다.
경영위기 소상공인ㆍ 서민취약계층의 선제적ㆍ복합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중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3.27 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단기자금 경색 시 PF-ABCP 매입도 추진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커질 경우에는 PF-ABCP 매입 프로그램이 별도로 가동될 수 있다. PF-ABCP는 PF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되는 단기 기업어음으로, 차환이 막히면 증권사 유동성 문제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때는 산업은행이 별도 기구를 설립해 건설사가 보증한 PF-ABCP를 매입했고 신용보증기금이 매입 금액의 80%를 보증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신보 등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할 경우 PF-ABCP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기사: 중동 불안 확산에 선제 대응, 신보 P-CBO 3조로 확대]
중앙은행 차원의 유동성 공급 수단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중동발 시장 불안에 대응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선 상태다. 필요할 경우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RP 매입은 한국은행이 증권사 등을 상대로 채권을 사들이며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도 실제로 가동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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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 레고랜드 사태 때 조성됐던 증시안정펀드는 이번에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증시안정펀드는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실제 가동된 적은 없다. 당국은 코스피가 이란 사태 이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 체력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증안펀드를 투입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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