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나노급 생산시설서 치즈버거 먹을 것"…'더러운 팹' 꿈꾸는 머스크, 이유가 [테크토크]
이물질 들어가면 망가지는 반도체 공장
클린 룸 상식을 뒤집어 엎으려는 머스크
성공하면 반도체 산업의 공식 바뀐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초대형 반도체 공장(팹) '테라팹'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매년 수천만개의 컴퓨터칩을 생산할 역사상 최대의 팹을 짓겠다는 야심입니다.
하지만 테라팹은 단순히 '큰 반도체 팹'이 아닙니다. 머스크 CEO의 진짜 꿈은 따로 있습니다. 그는 테라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2나노미터(㎚)급 생산시설 안에서 치즈버거를 먹고 시가를 피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음식물을 먹고 담배를 피워도 아무 탈 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팹, 만일 그런 시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은 통째로 뒤집힐 겁니다.
극단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반도체 팹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최첨단 반도체 팹을 보유한 기업들의 시설 내부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엔지니어들이 새하얀 방 안에서 첨단 장비를 제어하는 장면이 떠오를 겁니다. 이처럼 현대 반도체 팹은 아주 약간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극단적으로 깨끗한 환경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반도체 기판(웨이퍼)을 다루는 미세 공정은 ㎚ 단위로 이뤄집니다.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분의 1, 거의 원자 하나 수준에 이르는 초정밀 작업입니다. 원자 두께 수준의 이물질 하나만 잘못 흘러들어도 전체 공정을 망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모든 반도체 생산시설은 '클래스 1 클린 룸(Clean room)' 안에서만 증설됩니다. 또한 입자 단위의 오염 물질을 감지하고 걸러내는 '입자 계측 체계(PMS)'를 수시로 작동해야 하지요. 수시로 외부 이물질을 묻히고 들어오는 인간 엔지니어에게도 특수 방진복과 세척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반도체 팹 단 한 평을 확장하는 데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이유입니다.
'더러운 팹' 구현하려는 머스크의 야심
즉, 머스크 CEO의 발언은 음식물 입자, 담배 연기 등 더러운 먼지가 자욱해도 정상적으로 감당 가능한 팹을 짓겠다는 뜻입니다. 만일 클래스 1 미만의 클린 룸에서도 2㎚급 반도체를 무리 없이 생산할 수 있다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축하는 비용과 제약이 혁신적으로 낮아질 겁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훨씬 큰 공장을 지을 수 있을 테고, 어쩌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도 꿈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현시점에선 클린 룸 없는 반도체 팹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머스크 CEO는 앞서 미국 IT 전문 매체 '탐스 하드웨어'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생산 업계가 기존 클린룸 설계에 잘못된 방식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건물 전체를 클린 룸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매체 측은 기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지요.
반도체 산업 뒤바꾸거나, 처참히 실패하거나
아직 머스크 CEO는 '더러운 반도체 팹'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 재사용 로켓 등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머스크 CEO가 이번에도 발상의 전환을 시도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전자장비 전문 매체 'EE 타임스'의 경우 "머스크 CEO는 팹 내부에서 인간이라는 제약을 제거할 수 있다"며 "클린 룸이 필요했던 이유는 현대 반도체 생산 시설이 인간 엔지니어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로봇 등을 통해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면, 오염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실내 전체에서 각 장비 수준으로 축소된다"고 추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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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테라팹은 아예 불가능하거나, 혹은 반도체 생산의 비용 구조 자체를 영원히 뒤바꿀 것"이라며 "머스크 CEO 특유의 방식대로라면, 별들을 향해 우주선을 쏘아 올려 기어코 달을 정복하거나, 혹은 처참히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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