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넘어 의료까지…나프타 위기 전방위로 '확산'
원유 관리 가능 vs 나프타 수급 차질
정부 위기 인식 '온도차'
러시아 물량 한계·추가 확보 난항
구조적 불안 심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석유화학을 넘어 보건의료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유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반면, 나프타는 수급 차질이 지속되며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31일 산업통상부 브리핑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유 수급은 비축유 방출과 대체 도입 등을 통해 단기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반면, 나프타는 여전히 수급 차질이 이어지며 원유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제시됐다. 이는 정부가 원유와 나프타를 사실상 별도의 위기 단계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원유 중심으로 설명되던 수급 상황과 달리, 이번에는 나프타의 어려움이 별도로 강조되며 두 원료 간 온도차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나프타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유분의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과 섬유는 물론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전반과 직결된다. 최근에는 수액팩과 의료용 튜브 등 보건의료 품목까지 언급되며 공급 불안의 파급 범위가 일상 영역으로 확대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 대응 수위 역시 기존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이미 나프타에 대해서는 수급 관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까지 포함한 추가 대응을 검토하면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향후 대응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원재료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책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 수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 최근 러시아산 나프타가 일부 국내 도입됐지만 이는 오는 4월11일까지 하역과 결제가 완료돼야 하는 한시적 조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도입을 두고 "첫 확보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후다. 현재 나프타 시장은 전 세계 업체들이 동시에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경쟁이 과열된 상태로, 추가 물량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물량을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소 대비 수배 수준의 가격이 제시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동춘 LG화학 사장도 최근 나프타 추가 구입이 쉽지 않다는 취지로 공개 언급하면서, 공급 불안이 단기적인 가격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일부 생산되지만, 국내 수급 구조상 이를 통해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 나프타 공급은 약 절반 수준을 정유사 생산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해외 직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원유 수급이 일정 부분 유지되더라도 나프타 부족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를 통해 나프타가 일부 나오긴 하지만 수율 자체가 제한적이고, 수입 물량 의존도가 높아 이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당장 확보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활용해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재 나프타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며 체감 여유가 크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 달 버티면 잘 버티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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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원료 부족을 넘어 공급망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산업의 기반인 나프타는 수급 불안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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