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아닌 품질 경쟁"…상전벽해한 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
대외경제연구원 보고서 발간
中 정부 구조조정 영향 해외 진출 확대
프리미엄·고성능 분야 韓 기업과 경쟁 심화
"中 기업과 선택적 협력 전략도 필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잉 설비와 저가 경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국내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재희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31일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구조조정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은 과잉 설비와 저가 경쟁으로 재고가 쌓이고 이익률과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중점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 이미 전기차·배터리 경쟁력 확보 판단…수출 제한하기도
중국은 2026년 정부 업무보고와 15차 5개년 규획 등을 통해 정책적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규모와 기술 수준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잠재적 위협을 예방해 지속적인 발전 및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술 수준 상향, 노후 생산시설 퇴출, 무분별한 수출 제한, 출혈 경쟁 감독 강화, 수요 유지 및 확대 등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6년 7월부터 강화된 배터리 안전 국가 표준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표준은 열폭주 상황에서 불연소, 비폭발, 승객 보호를 강제하고 있다. 또 2톤급 이상 전기차의 경우 100㎞당 전력 소비 한도를 15.1킬로와트시(㎾h)로 제한했다.
올해 1월부터 중국은 순수 전기차에 대한 수출 허가 관리 제도를 시행해 자격을 갖춘 제조 업체나 공식 위임을 받은 수출 업체만 차량을 해외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26년 4월부터는 배터리 제품 수출 증치세 환급률을 9%에서 6%로 하향했다. 내년 1?월부터는 환급을 완전히 폐지한다. 이 제도는 수출 업체가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소비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중국은 배터리 제품에 대해 과거 13%의 수출 증치세를 환급했으나 2024년 9월 9%로 하향한 바 있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수요 확대 정책은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중국은 2024~2025년 신에너지차에 대해 취득세를 전액(3만위안 한도) 면제하던 것을 2026년부터 2027년까지는 50%(1만5000위안 한도)로 조정했다.
사업부 구조조정하고 해외로 눈 돌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산하 브랜드 및 사업부를 통폐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대형 기업이 중소기업을 합병하거나 소재 부품 및 재활용 분야 업체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품질 경쟁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고 첨단 및 고성능 프리미엄 차종으로 판매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열확산(TP) 개선, 에너지밀도 향상, 실리콘 음극재 비중 확대, 초고속 충전 등 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음극 리튬메탈, 소듐이온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전기차의 경우 단순히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지 규제 대응, 역내 공급망 확보, 연구개발(R&D) 거점 및 사후서비스(AS) 구축 등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BYD는 올해 1분기 헝가리 공장의 시험 생산을 시작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헝가리 공장은 철강 등 부품을 유럽연합(EU) 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SAIC은 2025년 '해외 전략 3.0'을 발표해 현지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했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지 기업인 에브로(Ebro)와 합작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터리 기업들도 셀 제조뿐 아니라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소재 및 부품 공급업체들과 현지 동반 진출하고 있다. CATL의 첫 해외 생산기지인 독일 공장은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헝가리에 건설 중인 대규모 공장도 초도 생산에 돌입했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 현지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도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없지만 관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중국 기업의 진출을 묵인하고 있으며 상당수 주정부가 중국 기업의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고성능 분야 경쟁 심화할 것"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에도 전략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구조조정은 중저가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 부담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면서 "프리미엄·고성능 분야에서는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안전성, 열관리 기술을 확보한 중국 선도 기업들이 이를 글로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어 한국 기업들도 이를 상회하는 기술 및 인증 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과의 선택적 협력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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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광물, 정제련 등 업스트림 단계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 또는 디커플링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구조조정 단계에서 양질의 자산·기술·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하거나 제휴해 경쟁력을 보완할 기회도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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