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침공 직전보다 마통 잔액·신용거래 융자 감소
단기채·MMF 등 자산 옮기며 증시 상황 관망해야
20·30대 고위험 가구 증가세…은행권 "종잣돈 마련부터"

미국의 지상군 투입과 예멘의 친이란 무장 정파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 지수 하락과 금리·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월 한 달간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기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쟁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섣부른 주식 매수보다는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단기적으로나마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보유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중동사태 한 달 국장 FOMO에서 FOBO로…자금 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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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345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전쟁 직전인 2월27일(39조4249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개전 초기인 지난달 6일(40조8151억원) 대비 8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요구불예금도 2월27일 684조8604억원에서 지난달 중순 670조원대로 급감했다가 지난달 27일 688조3629억원으로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도 지난 2월27일 32조6690억원에서 지난달 18일 33조4876억원을 찍고 같은 달 27일 32조7845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중동전쟁이 3~4주 단기전에 그칠 것이라는 개전 초기 시장의 전망이 빗나가고, 장기화 우려가 계속되며 외국인 이탈과 주가 하락, 신용대출 금리 인상이 겹치며 숨 고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초중순까지 FOMO(fear of missing out·기회상실 공포) 투자가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더 나은 가격이나 옵션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FOBO(Fear of better option)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PB, 개별 주식 추격매수 대신 짧게라도 자산 재배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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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중동 전쟁의 상황에 따라 증시가 단기 급등락을 오가는 만큼 개별 주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안전하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군으로 자산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산 규모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현금 동원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라면 향후 지수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단기채 분할 매수나 머니마켓펀드(MMF), 롱숏펀드, 손익차등형 펀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기동성이 좋은 상품에 여유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전쟁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장기채나 유가 관련 상품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단기채, MMF,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단기 펀드 등 이른바 '현금화가 빠른 상품'을 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산 이동 흐름도 뚜렷하다. 지난달 27일 기준 은행·증권사의 MMF 잔액은 243조9550억원으로, 3월3일(234조8079억원) 대비 약 3주 만에 9조원가량 늘었다. 연초(200조9963억원)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약 44조원이 급증한 수치다. MMF는 단기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채권형 펀드로,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낼 수 있어 대기 자금이 몰리는 곳이다. 또 다른 단기 금융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3월3일 107조256억원에서 3월27일 110조4255억원으로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자산·부채 상환 여력 낮은 20·30대, 투자 대신 금융체력 키울 시점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나 부채 상환 여력이 낮은 청년층은 시장을 관망하며 이자 소득이 보장되는 은행권 예·적금에 자금을 묶어두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고위험 가구'가 20·30대에서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고위험 가구 비중은 2020년(22.6%) 대비 12.3%포인트 확대됐다. 또한 청년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2020년 3월 대비 지난해 3월 약 2.4배로 늘어났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위험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자산 가격 조정 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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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은행권은 파킹통장과 고금리 예·적금을 통해 증시 이탈 자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 예금'이 최고 연 3% 금리를 제공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으며, 나머지 은행들도 연 2.9~2.95% 수준의 정기예금을 운영 중이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들 역시 3%대 예금으로 수신 경쟁에 가세했다. 프로야구 시즌과 연계해 우승 성적에 따라 최대 연 7%(농협은행 'NC 다이노스 위풍당당 적금')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도 인기다. 파킹통장의 경우 1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이 최고 연 5%, 저축은행권에서는 OK저축은행이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이며 투자 대기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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