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한시 운영
정유사에 비축유 공급 후 대체 물량 들어오면 상환
4개 정유사 수요 2000만배럴 넘어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제도 가동…정유사 원유 수입 공백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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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발 원유 도입 차질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가동한다.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내주고,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다시 정부 비축기지에 채워 넣는 방식이다. 31일부터 정유사들의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며, 첫 계약도 이날 진행될 예정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4~5월 두 달간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운영 절차는 기업이 대체 물량 확보 계획을 제출하면 한국석유공사가 서류 검증과 타당성 평가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정부는 비축유를 선제적으로 공급하고, 기업은 원유가 국내에 도착한 뒤 해당 물량을 상환하게 된다.


비축유 스와프 제도가 기존 긴급 대여와 다른 점은 상환 시점이 사전에 특정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정유사 재고가 급감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내주고 회수 시점을 명확히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스와프는 기업이 확보한 대체 물량의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검증한 뒤 비축유를 공급하고,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면 해당 물량으로 상환받는다. 정부 입장에선 비축유를 한 번 풀고 끝내는 방출이 아니라 '줬다 다시 받는' 회전형 운용에 가깝다.

비축유 제공 시점부터 상환까지는 약 10일 이내를 기준으로 운영되며, 미국(약 50일), 중동(약 20일), 호주(약 14일) 등 주요 도입선별 운송 기간을 고려해 설계됐다. 대체 도입 물량은 국내 도입 차질 물량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제한된다. 또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이나 국제공동비축 물량을 활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정부가 이번 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비축유를 무작정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 정유사들의 대체 물량 확보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양 실장은 "정부가 비축유를 일방적으로 방출하면 정유사 입장에선 당장 재고 부담이 줄어 대체 도입선을 찾을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반면 스와프는 대체 물량을 확보해 오면 그 사이 공백은 정부가 메워주겠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제도 가동…정유사 원유 수입 공백 메운다 원본보기 아이콘

정유 공정상 원유 블렌딩 문제를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설비 구조를 갖고 있어 중동산 도입이 막히면 다른 지역 원유를 들여와도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정부 비축유 역시 중동산 비중이 높은 만큼 정유사는 브라질·콜롬비아·카자흐스탄·호주 등지에서 확보한 대체 물량을 들여오고, 정부는 이에 맞춰 중동산 비축유를 먼저 공급해 설비 운영 차질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실제 업계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 실장은 "정부가 제도 시행 전 수요를 조사한 결과, 4개 정유사의 4~5월 스와프 신청 수요는 2000만배럴을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며 "이날부터 공식 접수가 시작되며, 1개 정유사는 우선 약 200만배럴 규모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중동산 비축유 물량으로 볼 때 최소 오는 5월까지는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비축유의 최종 방출 시점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 방출 결정에 따라 한국도 90일 내 방출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데 시한은 오는 6월9일이다. 산업부는 스와프 운용 상황을 지켜보면서 4월 말에서 5월 사이 기업 및 석유공사와 협의해 실제 방출 시점과 방식을 정할 방침이다.


정산 구조도 세분화했다. 같은 종류의 원유를 동일 물량으로 되갚는 경우에는 기본 대여료만 부과한다. 다만 정부가 중동산 비축유를 내주고, 기업이 상대적으로 다른 성상의 원유를 들여오는 경우에는 유종 차이에 따른 가격 차액을 정산한다. 이때 정부가 제공한 비축유 가격은 월간 평균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기업이 확보한 대체 물량은 실제 구매가격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하루 단위 가격 변동성이 큰 점을 감안해 월말 사후 정산 구조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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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스와프 대상에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현재 묶여 있는 국내 도입 예정 물량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실제로 새롭게 확보한 대체 도입 물량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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