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국적 선박 13척…유조선은 8척
단기간 20척 통과 현실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자신에게 준 '선물'로 대형 유조선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해운 업계 곳곳에서 이 발언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백악관에 대한 '선물'로 파키스탄 국기를 단 유조선 10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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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며칠 내로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 20척이 지나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해운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파키스탄 국적 대형 원양 선박은 단 13척에 불과하다. 이 중 8척만 유조선이며, 5척은 곡물이나 석탄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이다. 게다가 이 선박들은 현재 중동 걸프만에 갇혀있지 않으며, 호르무즈 해협 건너편 오만만에 있는 선박도 단 3척에 불과하다.


파키스탄 국기를 단 유조선 1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불분명하다. FT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파키스탄 국적 선박은 단 2척뿐이다. 파키스탄국영해운공사(PNSC)가 용선한 마셜 제도 국적 유조선 한 척도 호르무즈를 통과했다.

일부 선박들이 파키스탄으로 국적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척이라는 수치가 단기간에 달성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번 사태 이후에는 파키스탄 국적을 택하는 것의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은 라라크섬을 우회하는 항로로 소수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국적 선박으로, 한정적이다. 외국 선박으로는 인도, 그리스, 파키스탄 국적 선박이 이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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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스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영 해운사이자 세계 4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 소속 컨테이너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들 선박은 지난 27일에도 해협을 통과하려 시도했으나 이란 군 당국에 거부돼 회항한 바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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