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양수도 계약'이 발목… 재판부 "기존 청구권 소멸"
글로벌 VC 상대 소송은 '美 현지중재' 조항에 막혀

스타트업 투자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파트너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사건 수습 과정에서 체결한 추가 계약이 발목을 잡아 배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 1심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고승일)는 스타트업 투자사 A사(원고)가 투자 파트너사이자 펀드 운용사인 B사와 그 대표, 그리고 글로벌 벤처캐피털(VC) C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A사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로벌 프로젝트라더니… 은행 송금 확인서까지 위조한 파트너사

앞서 A사는 2020년 1월 파트너사인 B사를 통해 미국에 본사를 둔 C사 측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A사가 B사를 통해 C사 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A사가 프로그램 지분 15.56%를 취득하는 구조였다.

"위조서류까지 나왔는데"…스타트업 투자사, 배상금 소송 패소[Inve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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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약 5개월 간 네 차례에 걸쳐 총 13억7100만원을 B사에 송금했다. 하지만 B사 대표는 받은 돈 일부를 미국에 보내지 않았고, 급기야 송금 사실을 숨기려고 모 은행 명의의 외화 송금 확인서까지 위조해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A사 몰래 C사와 파트너십을 해지하기까지 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A사는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고육지책을 냈다. B사가 미국 현지 투자회사에 대해 가졌던 지분을 직접 넘겨받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이미 10개 스타트업이 선정돼 운영 중이었던 만큼, B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분을 확보해 이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후 A사는 2021년 "투자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투자금 반환)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피해 복구하려 맺은 '양수도 계약', 법적으로는 '권리 포기'"

1심은 B사가 기존 계약을 위반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투자금을 전액 C사 측에 보내는 것이 계약의 핵심 의무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A사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사가 위조와 해지 사실을 알고 나서도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대신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사가 송금 확인서 위조와 해지 합의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존 투자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고 A사가 직접 지분을 취득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새로운 합의로 계약이 대체됐으므로 이전 계약 위반을 근거로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위조서류까지 나왔는데"…스타트업 투자사, 배상금 소송 패소[Invest&Law] 원본보기 아이콘

재판부는 "B사 대표의 기망(속임) 행위가 있었더라도, A사가 양수도 계약을 통해 자신의 투자금에 상응하는 지분을 확보한 이상 A사에 곧바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상 글로벌 VC 상대 분쟁은 美현지 중재로 해결해야"

A사는 "프로그램 운영이 방만했다"며 C사 측에도 책임을 물었지만, 이 역시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계약서에 숨어있던 '중재 조항'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상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미국 현지에서 중재로만 해결하게 돼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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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사 대표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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