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없어도 역대급 수주"…대한전선, '기술 빈틈' 메울 넥스트 스텝은
1Q 예상 매출 1.1조·수주잔고 사상 최대치
외부망 시공 경험·대형 포설선 추가 확보 숙제
2025년을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마무리한 대한전선이 올해 연간 매출 및 수주잔고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 등 고수익 시장을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한 결과다. 다만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초고압 해저케이블 시장에서의 기술적 빈틈과 시공 역량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매출·수주잔고 모두 사상 최대…3년은 걱정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한전선의 예상 연결 매출은 1조1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초고압·해저케이블 사업 호조로 첫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대한전선은 올해도 추세를 이어가며 연간 매출 3조9970억원(전년 동기 대비 +9.9%), 영업이익 1570억원(+22.0%)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과거 큰 기대를 모았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수주가 전무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한때 네옴시티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했던 대한전선은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주 난도가 급상승하면서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중동 대신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막대한 북미,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활발한 유럽, 전력망 고도화가 한창인 싱가포르 등 고수익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대한전선의 수주 잔고는 3조6600억원까지 불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 비중은 아시아(한국 포함) 50%, 북미 30%, 유럽 10%, 기타 10%로 구성된다. 수주 이후 매출 인식까지 평균 2.5~3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27년 이후까지 대한전선의 매출 하단을 지지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발 관세, 전쟁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호재다. 구리가 원가의 약 50~60%를 차지하는 초고압케이블의 경우 현재 구리 파생제품 품목 관세 대상에서 빠져있고, 계약 당시 가격이 고정되는 구조라 구리 가격 상승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선봉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부터 부과받는 관세가 예년과 비슷한 15% 수준에서 방어될 경우 초고압케이블의 최종 판가 기준 관세율 역시 약 15.1%로 추정된다"며 "이미 주요 초고압케이블 업체들은 북미 고객사에 관세 부담을 대부분 전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외부망 시공 레코드·대형 포설선 확보 과제
이처럼 탄탄한 수주 잔고와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한전선의 '넥스트 스텝'을 위한 고민은 깊다.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이 525kV(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대한전선은 외부망 생산 경험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단지나 국가 간 전력망 연결 프로젝트가 점차 대형화하는 가운데 한 번에 대량의 케이블을 싣고 나가 시공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CLV)의 추가 확보도 숙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한전선은 525kV 해저케이블 외부망 생산 경험이 없고, 보유 포설선의 적재용량도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외부망 시공 경험 또한 부족하다"며 "대규모 해저케이블 생산능력(CAPA) 확대가 이어진다면, 결국 턴키 수주를 위해 신규 CLV 확보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앞서 대한전선이 2023년 확보한 CLV '팔로스호'의 케이블 적재량은 약 4400t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약 절반 수준이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기술력 시험대
일각에선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국책 사업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대한전선의 기술력을 증명할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서해안 일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주요 수요처로 대규모 수송하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망 구축 프로젝트로, 1단계 핵심 구간인 새만금~수도권 구간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한전은 연내 기본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핵심 기자재 조달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한전선은 최대 640kv급 HVDC를 생산하는 해저케이블 2공장을 연내 가동하는 한편 팔로스호를 뛰어넘는 대형급 선박 확보를 타진하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특히 국내 최대 경쟁사인 LS전선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하고, 1단계 수주에 성공해야 향후 진행될 2, 3단계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만큼,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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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1단계에서 안정적인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면, 후속 2·3단계 사업까지 이어지는 롱런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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