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추경]李 "중동 수급 불안 과감히 대응"…26.2조 추경안 확정
초과세수 25.2조원 활용…국채발행 없는 세입경정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고유가 쇼크 대응을 위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중동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과 관련 "긴급할 경우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존 관행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중동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 비상등이 켜졌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주요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2분기 유가가 13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각 부처는 담당 품목의 동향을 일일 단위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달라"라고 당부했다.
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4조8000억원 규모로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577만명에게 1인당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10만~60만원씩을 직접 지급한다. 정유사 손실 보전과 대중교통 환급 지원 예산 5조1000억원과 에너지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2000억원) 등 에너지 부담 완화에 10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추경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번 26조5000억원 추경 재원 대부분은 초과 세수에서 끌어온다. 당해 연도에 더 들어올 세수를 토대로 세수 추계를 다시 해 증가분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말 짜놓은 올해 국세수입 예산 390조2000억원보다 25조2000억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이를 반영해 세입경정도 추경안에 담았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법인세 수입이 14조8000억원, 주식 관련 세금인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수입이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근로소득세도 4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잡았다. 반면 유류세·자동차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 연장에 따라 교통세(-3조4000억원), 교육세(-8000억원), 개별소비세(-5000억원) 등 3개 세목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초과 세수 외에 나머지 1조원은 기금 자체 재원을 활용하고, 나랏빚을 늘리는 추가 국채는 발행하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초과 세수 중 1조원은 국채 상환에 쓰기로 했다. 과거 2017년(11조2000억원), 2018년(3조9000억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인 2020년(7조6000억원), 2021년(33조원)에도 추경으로 예상 세입을 증액한 전례가 있다. 적자국채 발행 없이 이 돈도 고스란히 추경 재원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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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내달 2일 시정연설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부별심사를 거쳐 내달 10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총수입과 총지출 예산은 각각 700조6000억원, 753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6000억원, 국가채무는 1412조8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50.6%로 1%포인트 내려간다.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지난해 말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4.9%로 높인 점 등이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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