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원·달러 환율…전쟁 길어지면 더 갈수도
전쟁 장기화로 유가 오르면 안전자산 선호 강화
"당분간 유가만 바라봐야"
원·달러 환율이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장중 1520원을 넘어섰다. 유가가 추가로 오른다면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공급망 차질로
31일 iM증권은 환율 사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4시33분께 1521.1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10일 장중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달러화 지수 상승 폭은 전날 종가 기준 2.2%에 불과하지만 원화 가치는 5%가량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엔·달러 환율은 160엔 선에서 상승세가 제어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27일 원·엔 환율은 921원 수준이었지만 전날 95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원화의 상대적 약세 배경으로는 달러 수급 불안 이외에도 유가발(發) 국내 경제 펀더멘털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달러 수급 흐름이 원화 가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단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연일 순매도를 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기준 지난달 21조원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이달에도 32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심리와 수급 모두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기업의 배당정책 강화로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수급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악화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고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가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발 상황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에너지 공급망 차질로 변하면서 한국 포함 아시아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타결돼도 상당 기간 원유 등 에너지 관련 제품 공급망 차질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한국 경제나 금융시장의 강한 반등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천수답 환율 장세 지속 전망
다음 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및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등으로 달러 수급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고유가 장기화 여파로 외환시장의 수급 호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국 고유가 안정 없이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 안정이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란 사태가 확전으로 치달으면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얕은 수준의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쏠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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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달러당 1500원 이상 환율 수준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 대비 원화가치가 과소평가된 수준이라고 판단하지만,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거나 유가가 더 오르는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이 노출돼 있어 결국 당분간 유가만 바라와야 할 것"이라며 "다만 환율 급등 현상을 국내 경제 혹은 금융시장 위기로 연결 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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