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공조 첫 도입 의미
2만7000t 확보에도 체감 효과 제한적
스팟 물량 경쟁 격화·가격 급등
"버티기 국면 지속"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길어지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버티기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공조해 러시아산 나프타(납사)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지만, 확보 물량이 수일치에 그치면서 위기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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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산업통상부와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확보한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t이 이날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로 반입될 예정이다. 중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확보된 대체 물량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상징적 조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나프타 월 사용량이 약 400만t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물량은 반나절 가량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들여온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공장 가동을 안정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도입은 정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길이 열렸지만,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결제 방식과 2차 제재 여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했다. 산업부가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루블화 결제 가능 여부와 제재 리스크를 확인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도 "결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외교 채널을 통해 '거래 가능성'을 열어준 뒤에야 민간이 실제 구매에 나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업계는 러시아산 외에도 인도·동남아·북아프리카 등에서 나오는 스팟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 세계 업체들이 동시에 물량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됐고, 일부 물량은 기존 대비 수배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도 부족한데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사실상 '살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며 "비싸게 사면 바로 적자가 나는 구조라 무작정 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확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러시아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거래는 '공해상에 떠 있는 물량'에 한해 한 달 내 결제를 완료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다. 제재 완화 기간 역시 오는 4월11일까지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도입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이번 사례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77%가 중동산이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응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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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도입은 하나의 '응급 처치'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공급선 다변화나 원료 구조 전환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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