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결제 유도해놓고 돌연 폐업한 센터들
소비자 보호 제도 부족해 피해구제에 한계
'고의적 기망' 입증 어려워 민사 분쟁으로

서울 서대문구 한 필라테스 센터는 지난해 12월 돌연 문을 닫았다. 이 센터 대표 A씨는 폐업 직전까지 '수능 이벤트' '최대 55% 할인' 등 프로모션을 앞세워 선결제까지 유도했고, 회원 약 120명은 3억원 상당을 결제했다. 이후 센터는 내부 공사를 이유로 영업을 멈추더니 보름 만에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며 폐업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장기 이용권을 등록하거나 회차를 연장한 고객들은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경산시의 필라테스 센터를 이용하던 B씨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개인 수업 20회'를 100만원에 양도받아 이용해오다가 최근 센터 측으로부터 "추가 결제하면 단가를 낮춰주겠다"는 안내를 받아 약 50만원을 더 결제했다. 이로부터 2주 뒤 수업을 들으러 나오니 센터는 이미 폐업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센터 측에 환불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표는 "곧 입금해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필라테스 센터가 폐업 직전까지 결제를 유도한 뒤 돌연 문을 닫고 잠적하는 이른바 '폐업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필라테스 센터가 폐업 직전까지 결제를 유도한 뒤 돌연 문을 닫고 잠적하는 이른바 '폐업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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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센터가 폐업 직전까지 추가 결제를 유도한 뒤 돌연 문을 닫고 잠적하는 '폐업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선결제 중심의 업계 구조를 악용한 수법이지만, 경영 악화 등 이유를 대면 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피해자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필라테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폐업 연관' 사건은 2022년 804건(전체 4.7%)에서 2023년 1021건(7.5%), 2024년 1036건(13.7%) 순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998건(11.4%)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0건 중 1건은 폐업 사건이다. 이는 피해를 본 회원들이 구제 신청을 해도 처리 기한 중 폐업 절차가 완료된 사례는 제외된 수치다. 사업자가 폐업 절차를 모두 완료해버리면 현행법상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환불 요청했더니 연락 두절"…필라테스 폐업 사기 확산 원본보기 아이콘

피해자 입장에선 필라테스 센터들이 폐업 직전까지 고가의 선결제를 유도한 점 등을 명백한 사기로 의심하지만, 법적으로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결제 당시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이를 속여 금전을 받았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업 전까지 일부라도 수업을 진행했거나 추가 결제 이후 일정 기간 영업을 유지하면 경영 악화에 따른 폐업인지 애초부터 환불 의사 없이 결제를 유도한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사건들이 상당히 많이 접수되고 있지만, 기망(상대방을 속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행위)의 고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의도의 영역이기 때문에 폐업 전까지 추가 결제를 받은 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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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분쟁으로 다퉈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 경우 업주가 배상할 자산이 없거나 아예 파산 신청을 해버리면 사실상 피해 회복이 어렵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이용권을 일시 결제하도록 유도할 경우 사기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 사기를 막는 보증보험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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